<>.재정경제원은 현재로서는 조사에 협조하기도 힘들고 조사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담담해 하는 분위기.

현행 긴급재정명령의 비밀보장조항에는 법관의 영장 탈세조사 금융기관감독
공직자재산실사등의 경우에만 계좌추적이 가능하게 돼있어 현상태에선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어떠한 조치도 취할수 없다는 것.

재경원은 오히려 "조사" 자체보다는 그에 따른 금융권의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

조사가 본격화 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앞두고 눈치만
보고있는 뭉칫돈들이 금융권을 이탈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 파문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

재경원은 이에따라 자금이동이 급격해지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주식
공급과 채권물량을 조정하고 통화량을 탄력적으로 공급, 시장충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아래 금융시장동향을 수시로 파악하는등 점검체제를 강화.

< 안상욱기자 >

<>.은행감독원은 7일 김용진원장이 예정대로 5일간의 하계휴가를 떠나는등
전직대통령의 가.차명 예금계좌에 대한 조사착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

은감원관계자는 "설령 4천억원 가.차명 예금계좌가 존재하더라도 은행비리
와는 상관없는 개인의 금융거래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는 은행감독원의
권한밖"이라며 "현재로서는 은감원이 나서야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예금계좌추적등을 위해
은감원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마땅히 이에 응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전직대통령들이 비자금을 어느 금융기관을 통해 관리했느냐가 관심을
모으면서 금융계에선 한때 "S은행 H지점"이 전직대통령의 CD(양도성예금
증서)를 관리해 준 곳으로 지목.

이 지점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로인해 청와대와의 거래가 많은
상업은행 효제동지점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상업은행 관계자는 "효제동지점에서 청와대의 CD(현금자동지급기)를 관리
하고 있어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전직대통령이 비자금을 운용했다면
왜 공식거래가 많은 은행과 거래했겠느냐"고 갸우뚱.

<>.증권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검찰이나 정부당국으로부터
비자금설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은 적이 없다면서 다만 서 전장관이 4천억원
비자금설이 증시에도 나돌고 있었다고 발언한 점을 감안, 루머의 진상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또 아직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존재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거액 예.적금 계좌와 증권및 채권거래 내용을 조사하게
된다면 자금시장이 마비되고 증시는 물론 우리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게될 것이라고 지적.

이 관계자는 특히 주식과 채권에 대한 거래내용을 추적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문민정부가 초기에 사정활동을 벌일 때도 증권분야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

<>.재계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4천억원 비자금설"과 관련, 5.6공에서의
비자금 조성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기업그룹 관계자들은 옛정권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여론이 정권경영에
부담이 될만큼 거세어진다면 현 정부가 "시범 케이스"로 몇몇 재벌의 정치
자금 제공에 대해 철퇴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에 들어가면 주요 재벌
기업 가운데 연류되지 않을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자금의
제공행위가 처벌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B그룹의 임원은 "정부의 조사가 우선 계좌확인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느냐"며 "계좌의 존재여부가 밝혀지면 그 다음단계로 자금출처 조사가
이뤄져 관련기업들도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6공아래서 갑자기 성장한 중견기업들의 긴장은 더 하다.

H그룹과 건설업 위주의 T K N사등은 그동안 갑작스레 부상하게 된 배경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소문에 시달려온 마당에 비자금관련 조사까지 받게
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조사로 자금시장이 크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 정권 출범이후의 자금관리및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룹의 자금담당 임원은 "사채시장의 경색이 우려 되지만 대기업들은 사채
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