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재전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4천억원 가.차명계좌"발언에 대한
검찰의 조사방침이 확정됐다.

이에따라 이번 조사가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지난 3일이후 증시는 연4일째 하락세를 보였다.

4일간 떨어진 주가는 27.86포인트.

검은 자금에 대한 조사는 중시에 악재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외에는 아직 이상기류가 없다.

장.단기금리 모두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투금등 금융기관창구에도 시장전망에 대한 문의전화만 있을 뿐 예금을
찾아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변화가 있다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인해 몇개월전부터
조금씩 나타나는 "변화"의 연속일 뿐이다.

금융계는 검찰의 조사가 이뤄지면 금융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변화가 급격히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제도금융권의 자금이 사채
시장이나 부동산등 비제도권으로 이탈할지도 모른다는 것.

현재 종합과세를 우려한 거액 뭉칫돈등은 만기가 짧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는게 금융가의 얘기다.

은행들의 CD발행은 지난해 7월말까지 3조1천7백59억원이었으나 올해는
이보다 21.8% 늘어난 3조8천6백95억원에 달했다.

특히 7월의 경우 지난해에는 발행이 오히려 2천1백40억원 줄었으나 올해는
무려 9천8백46원 늘어났다.

이처럼 부동자금들이 단기상품들로 운용됨에 따라 현재 금융기관의 자금
사정은 매우 좋은 실정이다.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을 보여주는 콜금리가 연중최저수준인 연10%선에
움직이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별로 없는 요즈음 금융기관의 자금사정호전은 시중
자금사정의 호조로 이어질수 밖에 없다.

따라서 3년만기회사채수익률이 이날 연13.67%선으로 또다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기상품에 투자되어 있는 부동자금이 금융권을 이탈할 경우 이같은
선순환고리는 단번에 깨지게 된다.

이 경우 단기금리가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장기금리도 따라 오르게 된다.

물론 증권시장에는 더욱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에선 오는 10월부터 이러한 자금이탈 현상이 급격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만기가 2~3개월짜리인 CD를 10월이나 11월에 재매입할 경우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월께부터는 거액 뭉칫돈들이 향후 진로에 대한 "태도표명"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비자금등 검은 돈들은 당국에서 조사를 벌일때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한두달뒤 조사가 끝났을 때인 10월부터 움직일
것이란 얘기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금융연구원은 14조원가량의 자금이 금융기관밖으로 이탈할 것으로 전망
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들 자금이 대부분 금융권밖으로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특정금전
신탁과 분리과세가 가능한 5년이상 장기채권등을 통해 상당부분 금융권 안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