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가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연초에 달러당 1백엔선에서 거래를 시작해 1백여일만인 4월1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79.7 5엔까지 떨어졌던 달러가 다시 1백여일이
8월초에 90엔대를 회복했다.

최근 달러가 오른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번째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융자를 촉진
하는 대책을 내놓은 점이다.

이 대책은 무역으로 벌여들인 돈을 해외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엔화 가치가 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대규모 부실채권에 짓눌려 있는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에
투자할 여력은 크지 않다.

두번째 이유는 미국이 더이상 엔화 강세(달러 약세)를 바라지 않는
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동안 대일통상압력 차원에서 엔고를 방치하거나 은
연중 조장했다.

그러나 엔고로 인해 일본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지자 대일수출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뉴욕연방은행이 일본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달러를 사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세번째 이유는 미일금리차가 커져 달러 회복에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다시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경기침체가 예상밖으로 심해 재할인금리 인하설이
무성하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실질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달러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가 90엔선을 오르내리다가 점차
90엔이 지지선으로 굳어져 연말에는 95엔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 파이낸스 인터내셔널의 이코노미스트 브랜든 브라운은
가을께 일본이 재할인율을 인하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2~3개월후 달러
가 95엔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MFR인크의 이코노미스 마이크 케시는 9월초까지 달러가 95엔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달러가 빠른 속도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실채권문제가 악화돼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본
국으로 송환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일본경제 침체로 미일간 무역불균
형이 심화되면 달러 회복이 저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