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투자 자유화정책을 번복해 기업의 대규모 해외투자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든 분야에서 규제가 풀려가고 있는 마당에 해외 직접투자시의
자기자금 조달 의무규정(대기업 20~40%)을 폐지한지 3년만에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하니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새삼스럽게 해외투자 규제문제가 불거져나온 것은 최근 반도체
전자등 호황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매머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소요자금을 해외은행대출로만 조성하려하자 일정규모 이상의 초대형
해외투자는 자금조달방식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부안에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분별한 초대형 해외투자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 규모의 해외투자에 대해 정부로선 국내산업및 금융전반에
미칠 영향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기업들이 외국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잠재적인 대외채무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정부로 하여금 신경을 쓰게 하는 대목일 것이다.

해외 현지 금융이 완전히 풀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혹시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해외에서 빌려쓴 자금이 모두 대외채무로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몇가지 이유에서 정부가 개별 기업의 투자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첫째 민간기업의 해외투자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새정부가
추진중인 규제완화와 세계화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정부는 해외 직접투자시 자기자금조달 의무비율을 지난 92년9월
폐지한데 이어 작년 2월에는 해외 현지금융에 대한 제한도 완전히
푼바 있다.

그런 것을 이제와서 얼마간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하여 이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수 없다.

둘째 해외투자는 무역마찰을 피하고 첨단기술 습득기회를 제공하는등
기업경쟁력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되므로 적극 권장해 마땅하다.

특히 우리기업 전체의 해외 투자액이 일본 미쓰비시사의 해외 투자액보다도
적은 현실에서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주력산업의 생산라인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최근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한 반도체산업만
보더라도 해외투자규모가 국내 전체생산의 10%에도 못미치는 형편이다.

셋째 기업 스스로의 판단하에 투자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민간기업주의의
기본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큰손 쇼핑"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기업만큼 계산 빠르고
투자감각이 발달한 데가 어디 있겠는가.

탁상행정의 표본과도 같은 "규제부활"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는 것이 지금 논란되고 있는 해외투자문제를 풀어가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

지금은 정부와 업계가 불필요한 마찰로 에너지를 허비할 때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