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김채윤 저
출판사 : 민음사 간

이책의 저자인 김채윤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계층 연구의 제1세대에
속하는 대표적 학자로 지난 30여년간 주로 계층과 계급현상의 개념적
본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규명하려 한 분이다.

이 책도 바로 저자의 오랜 학문적 관심의 결실이라 볼수 있다.

이책에 포함된 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쓰여진 것들이다.

그러나 신진학자들에 의한 근자의 연구가 방법론적으로 좀더 정교화
세련화되었다 할지라도 개념에 관계되는 한 30여년전 저자가 정리한
수준에서 크게 더 나아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각 장은 사회계층및 계급에 관한 개념 규정과 의미 부여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다루는 대상은 시간적으로는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그리고 공간적으로는
동서양을 망라하고 있다.

글은 장황하거나 투박하지 않고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쓰여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상큼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계급의 개념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용어의 사용도 통일되어 있지 않고,이데올로기적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급 개념의 정서"(1장)와 "계급의 개념도식"(2장)
에서는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해 놓은 것을 기초로 하여
계층과 계급의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한편으로는 계급과 계층의 기초개념을 명료화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개념들이 우리의
현실에 어떠한 사회적 합의를 갖는지를 탐색해 보고 있다.

특히 "일대만석과 삼대백석의 사회적 지위"(4장)와 "농촌사회 신분구조의
변이"(5장)가 그러하다.

이 두장은 저자 자신의 생활체험과 현지조사 등을 바탕으로 서구에서
발전된 개념이 한국적 상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귀한 글이라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조선조 사회에서의 계층구조,즉 신분구조를 현대적 계층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두개의 장 "실학의 직업관"(8장)과 "실학에
들어 있는 몇가지의 사회학적 주제"(9장)는 저자의 박학다식한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위계개념으로서의 사농공상을 중심으로 조선조 후기 실학자
들의 계층 관념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 10장은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사회계층 연구의
성과를 총점검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80년대 중반까지만을 다루고 있어 다소 아쉽게 생각된다.

80년대 후반 이후 우리사회학계에서 계급분석에 대한 열기가 그 이전에
비해 다소 식어간 감은 있지만 그렇다고하더라도 이 분야에서 신진학자
들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 성과는 괄목할 만 한것이었다.

이 책은 사회계층 및 계급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위해 그 가닥을
잡아주고 또한 이러한 추상적 개념들이 실제 어떠한 사회적 효용성을
갖는지를 난해하지 않은 용어로 서술하고 있어 사회과학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저작으로 평가된다.

(275면 1만원)

홍두승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