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족한 에어콘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릴순 없을까.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 국내 에어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갖는 의문이다.

삼성 LG 대우캐리어등의 올해 에어콘 수출목표는 모두 1백45만대.

지난 6월말 현재 이중 45%정도인 70만대가 소진됐다.

에어콘 제조업체의 특성상 수출물량이든 내수물량이든 자재발주는 매년
초 끝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앞으로 생산할 수출용 에어콘 75만대분의 부품은 각 업체별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에어콘 업체들이 연초 계획했던 내수생산물량(65만대)은 이미 완전히
소진됐다.

더이상 계약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릴수만 있다면 소비자는 물론 제조업체에도 이익이다.

내수판매가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어콘 생산성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수출용 에어콘 모델과 내수용 에어콘 모델은 전원
공급방식에서 차이가 나 대체 생산할수 없다"고 밝혔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백15V에 60Hz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전원공급방식은 2백20V에 60Hz다.

주파수가 다른 제품을 사용했을 경우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컴프레서
에 무리가 가 1개월도 못가 제품이 타버린다는 것.

더구나 에어콘의 경우 6개월이전에 생산계획을 수립해 자재구매나 부품
발주를 끝내기 때문에 지금 국내용 부품을 발주한다고 해도 당장 추가생산
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에어콘을 못구해서 안타까운 소비자들 이상으로 물건이 없어 못파는
제조업체들의 속도 타고 있는 셈이다.

< 이선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