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을 들먹일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쥬라기공원".

이영화는 1년만에 8억5,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자동차 150만대 수출수익과 맞먹는 액수.

그러나 이영화가 캐릭터사업 비디오판매등 극장밖에서 벌어들인
연관사업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은 200억달러에 이른다.

제작비 6,500만달러를 빼고도 무려 3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영화1편의 부가가치가 어느정도인가를 확인시켜주는 대목.

국내 영화산업도 이제 더이상 극장상영수익에만 매달릴수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에 제작되는 영화들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연관사업수익률을 계산
한다.

단순흥행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승부를 걸자는 인식이 확산
되고 있는것.

멀티미디어시대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영화는 활용하기에 따라 엄청난
파생상품을 낳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첫째 영화제작기법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등 디지털기법을 활용한 영상혁명이 시작된
것.

지난해 "블루시걸" "구미호"에서 시도됐던 컴퓨터그래픽이 올들어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침대" "엘리베이터" "아마게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영화전체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드는 디지털무비 "제네시스"
(다센엔터테인먼트)가 국내최초로 제작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할리우드 강풍에 우리영화의 뿌리가 뽑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미래영상산업의 경쟁력이 영화에 달려있다는
의무감이 영화제작자들을 기술혁신에 눈뜨게 한것이다.

다음은 투자패턴의 변화.

지난달 벤처캐피털회사인 일신창투(대표 고정석)가 신씨네(대표
신철)의 영화 "은행나무침대"에 제작비 전액인 17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이에앞서 신보창투는 (주)아마게돈(대표 김혁)의 애니메이션영화
"아마게돈"에 2억원을 투자했다.

신산업의 물결을 가장 민감하게 타는 창투업계가 이처럼 영화제작에
뛰어드는 것은 미래 첨단업종인 영화산업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부가 영상산업을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바꿔 지원폭을 넓힐수
있도록 공업발전법시행령을 개정한 것도 한몫을 했다.

금융.세제지원의 근거가 마련된 것.

88년부터 시작된 대기업자본의 영화참여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있다.

양적인 팽창과 함께 관련사업간의 수평결합등 질적인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

삼성그룹은 최근 계열사별로 추진하던 영상관련사업을 "삼성그룹
영상사업단"(단장 이중구)으로 통합키로 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나이세스와 자회사인 스타맥스, 삼성물산의
드림박스및 영화전문케이블TV인 캐치원, 제일기획의 Q채널과 영화제작업
등이 망라된다.

이는 삼성은 이를 통해 멀티미디어와 초고속정보통신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그룹내 영상관련사업을 종합연계시키겠다는 장기 포석.

날의 오후"(순필름)등 10여편의 제작에 참여한다.

대우는 전자산하에 영상사업부와 영화사업부(대우시네마)를 두고
관련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대우시네마는 지난해 "마누라 죽이기" "손톱"등을 공동제작한데 이어
올해초 강우석프로덕션의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에 10억원을
투자했으며 기획시대의 "영화 전태일" "꼬리치는 남자"등 5-6편에
더 참여할 계획으로 있다.

또 미원이 블랙코미디물 "천재선언"(영화세상), 벽산이 "해병묵시록"을
제작했으며 코래드는 "헤어드레서"를 제작중이다.

나산실업의 냅스도 하반기중 본격 영화제작에 뛰어들 계획이며 이랜드,
SKC 등도 구체적인 일정표를 마련하고 있다.

네번째로는 멀티미디어와의 결합이다.

영화개봉과 동시에 주요 등장인물을 이용한 캐릭터상품, 컴퓨터게임,
CD롬, 가상현실 놀이공원, 일러스트집발간 등을 내놓겠다는 전략.

이러한 움직임은 애니메이션영화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달들어 돌꽃컴퍼니(대표 윤석화)가 LG미디어와 손잡고 만화영화
"홍길동95"의 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개발에 착수했으며 (주)아마게돈도
컨소시엄사인 한글과컴퓨터 미리내소프트웨어등과 함께 복합미디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국가경쟁력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정책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업발전법시행령이 공포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심의기준이 마련돼있지
않고 영화진흥법은 국회상정조차 안되고 있다.

영화자본의 편중도 문제.

대기업들이 가벼운 코믹물에만 투자, 단기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대해 신철신씨네 대표는 "건강한 자본참여를 유도하기위해 주주
형태의 "완성보험제도"를 활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디지털기법의 활용폭을 넓히기위한 기술인력양성과 기획
제작 마케팅을 연계시킨 체계적 교육도 시급히 이워져야할 과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