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 국내지점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크게 두세대로 나뉜다.

이른바 1세대는 지난 80년대에 국내증권사나 투자신탁등에 근무하다가
외국사로 나가 진출해 있는 개척1세대들이다.

베어링증권 조봉연이사나 바클레이즈증권 주진술지점장등이 여기에
속한다.

2세대는 우리증시개방을 전후로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이 개설되면서
90년대들어 국내증권사 국제부등에서 옮겨온 젊은 사람들이다.

또 외국에서 증권관련 공부를 했거나 주로 미국계증권사에서 일하던
교포출신들(이른바 코메리칸)도 이때 국내로 많이 들어왔다.

현재 국내지점의 지점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나 부지점장,부장급에
드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든다.

이들이 현재 외국증권사를 움직이는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W.I.카증권 남상진지점장,씨티증권 알란 서지점장,뱅커스트러스트
강정원지점장,제임스 케이플 허만 정지점장등이 그들이다.

베어링증권 오연석부장,다이와증권 장희순부지점장,슈로더증권 이상진
부지점장등 떠오르는 증권계의 스타들도 2세대들이다.

조봉연이사는 국내증권업계출신중 외국계증권사에 일찌감치 진출,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거머 쥔 가장 성공한 경우로 꼽힌다.

그래서 외국증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이 언젠가 되고자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한국투자신탁에서 수석펀드매니저로 근무하다가 지난 86년 베어링증권에
들어갔다.

그는 영국본사와 한국을 오가며 대만과 한국등의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외국의 거액투자자들과 맺은 다년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고있다.

베어링증권이 베어링사건후 영업을 재개하자마자 경쟁사인 자딘플레밍
서울지점을 영업실적에서 단숨에 제친 직접적인 공은 물론 가레스
에반스지점장과 오연석부장등 서울지점팀에 있지만 그가 흔들리지
않는 바람막이가 돼준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바클레이즈증권(BZW) 서울사무소시절부터 소장을 역임했던 주진술지점장도
외국증권사근무가 꽤 오래됐다.

그는 현대증권 법인영업부장 출신으로 본사의 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그는 인수및 발행시장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해외유가증권 발행실적에서 외국사중 5년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고
BZW를 외국사국내지점중 3위권에 올려 놓았다.

2세대의 선두주자로는 W.I.카증권 남상진지점장을 꼽을수 있다.

베어링증권 서울지점에서 최근 W.I.카로 옮겨왔다.

해외투자자동원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지만 미국공인회계사답게
기업금융분야에서 쌀을 경험이 더 많다.

남지점장은 깐깐하다 싶을 정도로 일처리가 꼼꼼하고 직원들에게도
강한 책임감을 요구하는 타입으로 "프로중의 프로"로 불리기도 한다.

뱅커스트러스트 강정원지점장이나 지난 4월 메릴린치증권의 새지점장에
취임한 남종원지점장은 최근 적극적인 국내영업을 위해 지점분위기를
일신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외국증권사의 지점장까지 오르는 데는 생활의
즐거움을 포기하다시피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능력한계에 도전한다는 정신으로 외국증권사에 뛰어들어 프로의
승부세계를 헤치고 있는 그들에겐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세계화와 국제경쟁력이 우리사회의 화두가 된 뒤로 "기껏 열심히
일해서 외국인들에게 돈을 벌어 주는 역할이나 하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적어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이라고 할수 있다.

< 정진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