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다국적 기업들에 아시아지역 진출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이 끝없는 번영을 누릴 것만 같던 지난 80년대 후반만 해도 도쿄는
외국회사들이 반드시 진출해야하는 도시로 여겨졌고 중국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던 90년초에는 홍콩이 그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일본경제도 침체를 보이자 이제
싱가포르가 선택된 것이다.

가전제품업체인 월풀은 최근 아시아의 광대한 전기제품시장을 겨냥,
싱가포르로 영업기지를 옮겼고 애플컴퓨터는 이 지역의 발전된 원거리통신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데이터처리기지를 마련했다.

또 지난해에는 컴팩에서부터 리먼브러더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국적기업들
이 최고수준의 사회간접자본과 싱가포르정부의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
유인책, 외환거래중심지로서의 부상등의 요인때문에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지난해 이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업종은
금융업이다.

J P 모건, 스위스은행등 수십여 금융기관이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비싼 물가, 인구과밀, 정치적 불안등의 요인때문에 도쿄와 홍콩을 떠나
떠오르는 동남아시장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로 이동한 것.

많은 기업들을 싱가포르로 향하게 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동남아시장의 급속한 성장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후발신흥공업국의 기업체들은 동남아지역시장확보
를 위한 전초기지로 싱가포르를 꼽고 있을 정도다.

홍콩이 조만간 중국에 귀속된다는 불안감도 기업들을 싱가포르로 향하게
하는 또다른 이유이다.

홍콩은 여전히 동남아의 중심지이며 홍콩의 관리들도 97년 중국의 홍콩
인수에 따른 충격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 식민도시국가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대상지역으로 호주의 시드니나 대만의 대북등이 거론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고위인사들은 당분간은 싱가포르가
이 지역의 중심지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며 기업들이 동남아시장을 목표로
하는한 싱가포르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