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렐리아의 난초중에는 벌들이 짝을 유인하는데 쓰는 화학물질인
페르몬을 방출해 수펄을 끌어들여 꽃가루받이를 하는것이 있는데 꽃의
모양이 암펄의 모양과 똑같다는 것이 흥미롭다.

열거하자면 끝이없는 생물들의 속임수를 생각하다보면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과 생존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생물의 한 종에 지나지 않는 인간도 먹고 차지하기 위한 갖가지
기만작전을 쓰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의 시인 테니슨의 표현을 빌자면 "이빨과 발톱의 피로 얼룩진
자연"속에서 가장 기만과 술수로 가득찬 곳이 인간사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만과 술수의 원천은 "거짓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본능적인 행위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벙어리가 되기전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후천적으로 교육돼야 하는
도덕적 개념인 셈이다.

도덕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인지,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인지,요즘
한국사회처럼 "거짓말"이 횡행하는 곳이 없는듯 싶다.

"거짓말"은 너무나 인간적인 것처럼 보이고 반면에 "진리"란 것은
비인간적이고 난해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거짓말은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는 "샛빨간
거짓말이어서 별로 관심조차 가지 않는다.

그들의 거짓말은 그들의 신분과 직위를 무색케 한다.

전두환대통령등 5.18관계자 7명이 국회청문회에서 증언한 내용중
진상을 왜곡 은폐한 위증이 있었다고 해서 검찰에 고발됐다.

법률에 따르면 위증죄는 1~10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법적안정성"을 중시하는 검찰의 태도로 미루어 수사결과 또다시
"공소권없음"이란 결정이 내려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않고 "하얀거짓말"로 유명한 마크트웨인은 거짓말에는
869가지의 형태가 있지만 엄격하게 금지돼온 거짓말은 단 한가지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를 하지 말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뒤에 그것까지 부정해 버려 거짓말쟁이의 권위를 지켰으나 성
어거스틴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은 기억해 둘만하다.

"진실을 숨기는 자와 거짓말을 하는 자는 누구라도 죄가있다. 전자는
봉사할 마음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며, 후자는 해독을 끼칠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