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확대에 관한 모종의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2차 남북차관급회담
이 19일 성과없이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은 쌀추가지원외에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
하는등 의제의 폭을 넓히긴 했으나 합의점엔 도달하지 못했다.

남북한은 쌀추가지원과 경협에 대한 우선순위에 이견이 노출돼 회담 3일째
부터 난항을 겪었다.

선경협-후쌀추가지원 논의를 주장한 남측과 선쌀-후경협을 고집한 북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인공기게양등의 문제로 쌀추가지원에 대한 국내여론이 악화된
점을 들어 경협등 기타현안에 북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
했다.

이를 위해 경제공동위를 가동, 경제교류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했다.

이밖에 우성호선원 송환과 쌀 원산지표기에 관한 논의도 요구했다.

반면 북측은 쌀추가지원 규모및 조건등을 마무리짓기 전에는 경협등 여타
문제를 논의할수 없다고 버텨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측은 "가져온 건 없으면서 가져가는데만 관심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
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회담에서 양측은 서로 주고받은 것 없이 당국자회담을 한번 더
지속시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물론 남측으로선 우성호선환 조속송환 약속을 받아내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수 없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경제공동위가동 <>원산지표기보장 <>이산가족상호
방문 <>8.15문화예술단 교환등의 "보따리"는 챙기지 못했다.

굳이 이번 회담의 성과를 든다면 당국간 경협논의의 물꼬를 튼 점을 꼽을수
있다.

이석채대표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북측과 <>경공업투자 확대방안 <>비료.
농약 제공문제 <>무연탄제공문제 <>나진.선봉 무공무역관설치등을 논의했다
고 밝혔다.

따라서 내달 10일 열리게 될 3차회담에서는 쌀문제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질
경우 경협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경협이 주가 되고 쌀은 부가 되는 식으로 주의제가 역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쌀"과 "경협"간 우선순위에 대한 남북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3차회담 역시 2차회담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북한으로선 쌀추가지원을 어떤 형태로든 얻어내야 경협논의에 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차회담은 우리측이 쌀추가지원에 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
가느냐에 따라 경협에 대한 합의도출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