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금융산업은 전례없는 구조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정보화
개방화에 따른 시장여건의 변화로 금융산업 전반이 개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기관자체의 재편작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융제도의 변천과정과 진행방향을 다룬 "내생적 금융제도론"(다산출판사
간)을 펴낸 좌승희박사(48.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오늘날 금융
산업이 내생적으로 변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책은 금융기술이나 금융시장의 규모등 내재적인 요인에 의한 금융제도의
변화를 다뤘다.

금융시장규모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부터 은행 상호신용금고 증권등 각종
금융산업의 효율적구조및 최적구조등을 설명했다.

아울러 중앙은행 구조개편에 대해서도 언급, 중앙은행기능의 정착과정,
중앙은행의 존립근거에 대한 개관, 중앙은행기능의 의의및 대안을 모색했다.

"금융제도는 궁극적으로 경제활동주체에 의해 내생화되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내생적이라는 뜻은 시장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기능이 분리,
전문화되는 한편 서로 통합됨으로써 조직이 보다 효율적인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특정개인이나 정부에 의해 미리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생적 적응과정과 여건에 따라 보다 나은
형태로 바뀌는 일종의 자생적 질서같은 것이죠"

그는 경제학계에서 최근 이같은 내생적 제도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세계 금융산업계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금융산업의 업무통합과 분할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민간상업은행들이 증권
투자등 비전통적인 업무에 나서는 것등이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은행이
모든 금융서비스를 다 공급하는 종합금융서비스회사 형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산업은 또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금융산업만큼 정부에 의한 규제및 감독이 많은 부문은 없습니다.
정부의 규제가 없고 금융활동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 금융산업이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가가 최근 국내금융계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전반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외부의 여건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는 이같은 측면에서 국내중앙은행 독립문제를 얘기한다.

"금융시장이 성숙되면서 중앙은행의 기능 또한 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마당에 정부가 중앙은행의 기능을 억제하려는 것은 제도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좌박사는 서울대경제학과및 미국 UCLA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위원도 맡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