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레이로 유명한 미퀘이커오츠사의 빌 스미스버그회장(57).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의 문하에 들어갔다면 지금쯤 대사학자가 됐을
것이다.

문명의 발전을 도전과 응전의 결과로 해석한 토인비처럼 스미스버그회장은
기업도 도전과 응전에 의해 발전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기업인이다.

"인생은 경쟁 그 자체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

그가 사람들에게 수시로 해온 말이다.

요즘엔 여기에 한마디를 더 붙인다.

"경쟁자가 없으면 경쟁자를 만들어라"고.

지금 그는 응전의 의욕으로 불타고 있다.

굉장한 경쟁상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나 등장했기에 응전의지는 어느때보다 강하다.

세계스포츠음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그의 게토레이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이 둘은 너무도 강력한 도전자이기에 세상사람들은 "한명의 다윗과 두마리
골리앗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이제서야 경쟁자다운 경쟁자를 만났다. 이 기회를 이용해 회사를 더 큰
기업으로 만들겠다"

사람들이 퀘이커오츠사의 앞날을 걱정해줄때 스미스버그회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는 골리앗들을 맞아 우선 회사전열을 정비했다.

작년 12월 17억달러의 거금을 들여 주스와 차전문업체인 스내플사를 인수
했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같은 거대기업과 싸우려면 회사덩치를 불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다음 제품수 축소와 광고확대 전략을 취했다.

52개이던 생산품목을 41개로 줄였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애완동물용
식품과 향신료사업을 매각했다.

경쟁력있는 핵심사업에 회사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음료시장에선 광고역할이 어느 시장에서보다 크다는 판단으로 올해 광고비
를 지난해의 3배로 늘려 잡았다.

또 마이클 조던이나 샤킬 오닐같은 불멸의 농구스타들과 스티브 영, 제리
라이스같은 미식축구선수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미스포츠음료시장의 제1인자 퀘이커오츠사의 아성을 허물려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협공을 받고 있는 지금, 그의 태도는 도전자들보다 더 도전적
이다.

"회사를 키울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상대가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커나갈수 있다"

스미스버그회장이 펼치는 도전과 응전의 기업발전논리는 명쾌하다.

어느 기업이 한 시장에서 독주하면 시장확대속도가 늦다는 것이다.

경쟁자가 뛰어들어야 새로운 제품도 빨리 나오고 광고도 활발해져 시장이
급속도로 창조.확대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 예로 지난해 게토레이매상고를 든다.

작년에 여러 경쟁업체들이 스포츠음료시장에 뛰어들자 게토레이의 미시장
점유율은 81%로 한해전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매상고는 오히려 급증했다.

경쟁덕에 시장이 커진 결과였다.

이순이 내일모레지만 젊은이 이상의 건강과 투지를 갖고 있는 그는 주말
마다 강렬한 스포츠를 즐기면서 전의를 가다듬는다.

주말이면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집(시카고)근처 오대호주변길을 달리거나
산악자전거에 몸을 싣고 험한 산들을 누비면서 패기를 키우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