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존경하는 냉면집 아저씨 .. 김이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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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냉면집 아저씨.
추운 겨울에도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얼음덩어리
서걱거리는 냉면 국물을 마시던 고향이 그리워서 사철냉면을 찾는 팔순
노모를 모시고 아저씨네 냉면집을 찾아가곤 합니다.
아저씨네 냉면은 다른 집 냉면보다 메밀이 많이 들어가 제법 메밀
냄새가 난다는 평이지요.
아저씨더러 이번 선거 때 구의원에 나가라고 이웃 상인들이
부추겼다면서요. 요즘 세상은 참 이상하죠. 돈을 좀 벌었다 하면
정치판에 뛰어드는 거예요.
좀 유명해졌다 해도 그렇죠. 오십년을 냉면만 만들어 왔어도 아직 냉면
맛을 제대로 내는 것 같지 않은데 냉면 장수가 어떻게 정치를 할수 있단
말이냐고 오히려 호통을 치면서 거절하셨단 얘기가 소문 났어요.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가 봅니다.
돈 있으면 구의원 시의원 나오고,그 중에는 약방 주인도 있고 쌀장수도
있고 목사도 있고 방앗간 주인도 있었어요.
하기야 대학에서 제자를 길러내던 학자도 높은 관직을 주면 두번
사양도 없이 제자들과 연구실을 팽개치고 정계로 뛰어들었잖습니까.
역시 정치도 고등학교 평준화 처럼 아무나 하는 것이란 말이 맞습니다.
심지어는 남편 대신 출마해서 당선된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동네 수영장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손뼉치며
에어로빅 하고 미장원에서 마사지하면서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주부가
정치가가 되어 나타났다는 거 아닙니까.
아저씨,정치 전문가는 누구입니까.
야당이었다가 국민들을 놀라게 하면서 하루 아침에 여당으로 의자를
옮길수 있는 배짱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봅니까.
약속이나 장담을 스스로 뒤집고 큰 소리치는 사람을 정치 전문가라고
합니까.
아니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이당 저당 이름표를 바꿔 달아가며
임기응변한 사람을 정치전문가라고 말한답니까.
툭하면 신당을 만들고 툭하면 그 당을 해산시키고 합쳤다가 헤어졌다
하는 것이 마치 소풍가서 호루라기 불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숫자대로
뭉치는 놀이를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이 어떤 당 사람인지 이젠 헷갈려서 전혀 모르겠습니다.
정치전문가란 적어도 목숨걸고 나라 위할 줄 알고 머리가 두쪽이
나더라도 약속을 지키며 자기 이익만을 챙기기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당에 속하든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우리는 한국이라는 기차를 타고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고개가 이렇게 험한 줄은 몰랐습니다.
산넘어 산이고 물건너 물입니다.
매일 매일 놀라고 가슴 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국민의 안녕을 염려하는 정치가라면 적어도
일생 동안 냉면만 뽑으며 살아온 아저씨 보다는 세상을 볼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백년 뒤 이백년 뒤의 미래는 아니라도 십년 이십년,적어도 오십년의
미래는 볼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미래는 커녕 자신이 앉을 자리 조차도 골라 앉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지요.
어떤 미래학자는 얼마 뒤에는 십대 아이들이 나라를 다스리게 되는
세상이 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도 평화도 행복도 의미가 달라질
겁니다.
이 무서운 변혁의 물결 위에서 순항할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줄 아십니까.
제헌의 의미조차 희미해져가는 제헌절날에도 동트는 새벽 가게문
앞에 태극기를 내거는 냉면집 아저씨 같은 사람입니다.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놀라서 가슴 뛸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
추운 겨울에도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얼음덩어리
서걱거리는 냉면 국물을 마시던 고향이 그리워서 사철냉면을 찾는 팔순
노모를 모시고 아저씨네 냉면집을 찾아가곤 합니다.
아저씨네 냉면은 다른 집 냉면보다 메밀이 많이 들어가 제법 메밀
냄새가 난다는 평이지요.
아저씨더러 이번 선거 때 구의원에 나가라고 이웃 상인들이
부추겼다면서요. 요즘 세상은 참 이상하죠. 돈을 좀 벌었다 하면
정치판에 뛰어드는 거예요.
좀 유명해졌다 해도 그렇죠. 오십년을 냉면만 만들어 왔어도 아직 냉면
맛을 제대로 내는 것 같지 않은데 냉면 장수가 어떻게 정치를 할수 있단
말이냐고 오히려 호통을 치면서 거절하셨단 얘기가 소문 났어요.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가 봅니다.
돈 있으면 구의원 시의원 나오고,그 중에는 약방 주인도 있고 쌀장수도
있고 목사도 있고 방앗간 주인도 있었어요.
하기야 대학에서 제자를 길러내던 학자도 높은 관직을 주면 두번
사양도 없이 제자들과 연구실을 팽개치고 정계로 뛰어들었잖습니까.
역시 정치도 고등학교 평준화 처럼 아무나 하는 것이란 말이 맞습니다.
심지어는 남편 대신 출마해서 당선된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동네 수영장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손뼉치며
에어로빅 하고 미장원에서 마사지하면서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주부가
정치가가 되어 나타났다는 거 아닙니까.
아저씨,정치 전문가는 누구입니까.
야당이었다가 국민들을 놀라게 하면서 하루 아침에 여당으로 의자를
옮길수 있는 배짱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봅니까.
약속이나 장담을 스스로 뒤집고 큰 소리치는 사람을 정치 전문가라고
합니까.
아니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이당 저당 이름표를 바꿔 달아가며
임기응변한 사람을 정치전문가라고 말한답니까.
툭하면 신당을 만들고 툭하면 그 당을 해산시키고 합쳤다가 헤어졌다
하는 것이 마치 소풍가서 호루라기 불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숫자대로
뭉치는 놀이를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이 어떤 당 사람인지 이젠 헷갈려서 전혀 모르겠습니다.
정치전문가란 적어도 목숨걸고 나라 위할 줄 알고 머리가 두쪽이
나더라도 약속을 지키며 자기 이익만을 챙기기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당에 속하든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우리는 한국이라는 기차를 타고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고개가 이렇게 험한 줄은 몰랐습니다.
산넘어 산이고 물건너 물입니다.
매일 매일 놀라고 가슴 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국민의 안녕을 염려하는 정치가라면 적어도
일생 동안 냉면만 뽑으며 살아온 아저씨 보다는 세상을 볼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백년 뒤 이백년 뒤의 미래는 아니라도 십년 이십년,적어도 오십년의
미래는 볼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미래는 커녕 자신이 앉을 자리 조차도 골라 앉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지요.
어떤 미래학자는 얼마 뒤에는 십대 아이들이 나라를 다스리게 되는
세상이 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도 평화도 행복도 의미가 달라질
겁니다.
이 무서운 변혁의 물결 위에서 순항할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줄 아십니까.
제헌의 의미조차 희미해져가는 제헌절날에도 동트는 새벽 가게문
앞에 태극기를 내거는 냉면집 아저씨 같은 사람입니다.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놀라서 가슴 뛸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