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를 맞아 선입견으로 과도한 기대나 우려가 있겠으나 민선구청장이
들어섰다고 해서 행정의 틀이 크게 바뀌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시의 세세한 간섭이 배제되고 구의 독자성이 강화되는등 질적인면
에서는 이전과 커다란 변화를 보일 것이다" 민선구청장과 임명직 구청장의
차이점에 대해 대부분의 민선구청장들은 이같은 견해를 보였다.

민선구청장과 임명직 구청장이 수행하는 업무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시민들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구정의 목표가 다르다.

임명직구청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가진 시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 목표
라면 민선구청장은 구민의 요구를 해결하고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통해 주민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수 있고
외국의 사례처럼 자치구간의 대주민 서비스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다.

재정자립도가 1백%에 가까운 서울 강남구의 권문용민선구청장은 "도곡동,
개포동,영동시장주변등의 저밀도지구의 경우 지금까지 개발이 제한돼 해당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재건축 허용을 위해 노력
하되 유발되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회셔틀버스를 마련하는등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선구청장은 또한 책임행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구정에 활기가 생길수 있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데서 생기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 행태가 줄어들 수 있다.

민선구청장은 사퇴하거나 형사처벌등으로 피선거권이 상실되지 않는 한
임기가 완전히 보장된다.

또 구의회와 주민이 구청장을 불신하더라도 해임할 수는 없다.

시장도 역시 해임권이 없다.

따라서 민선구청장은 자신의 정치력과 자치권행사 의지에 따라 제한된
법적권한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구청장은 자치구의 고유사무 1천9백45가지와 시,국가에서 위임받은 사무
1천9백93가지등 총 3천9백38가지의 단위사무를 수행하며 이는 서울시
총사무수 1만4백59가지의 37.6%에 달한다.

민선구청장은 부구청장(2,3급) 임명제청권과 5명의 국장등 구청직원에
대한 승진 전보권,동장 임면권등 인사에 관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구청장은 또 구조례제정권,도시계획입안권등을 가지며 각종 인.허가 업무
등 민원업무가 대부분 구청으로 이관돼 있어 주민생활의 깊숙한 곳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임기(98년 6월까지)에 한해 부구청장이 지방직 공무원이
아닌 국가직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선구청장은 부구청장을 제청만 할수 있고 내무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임명하며 동장도 5년의 별정직 임기가 끝난 대상자에 대해서만
인사권을 갖는다.

또 도시기본계획,건축허가,교통정책,공공요금결정등 주요 사무권한이
여전히 시장에게 위임돼 있다.

이밖에 시장이 11종류의 시세중 취득세,등록세의 50%로 조정교부금을 마련,
자치구간의 재원을 조정할 수 있는 특례를 두고 있지만 구세는 면허세,
재산세,종합토지세,사업소세등 4종류에 머물고 있다.

이에대해 양재호양천구천장은 "민선구청장의 권한이 상당히 제약되어 있고
그나마 중앙과의 협의등의 단서를 달고 있어 장기적으로 권한이 대폭 확대
돼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구청장 개인이 자치권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민선구청장 시대의 개막과 함께 자치구간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분쟁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치구간 분쟁조정위원회"를 새로
구성, 자치구사이의 분쟁사항을 사후조정토록 하고 있으나 시-구간의 분쟁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정기구가 없다.

시관계자는 "서울시가 과거처럼 인사,조직,예산권등으로 자치구를 통제
하기보다는 다소 충돌이 있더라도 협조지원체제를 이루는것이 지방자치의
본뜻에 맞는다"며 "중앙분쟁조정위에서 시-구간의 분쟁을 조정할수 있지만
이전에 대화를 통한 내부 해결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방형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