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통신및 전자산업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경제개발로 소득이 높아져 2억명에 달하는 탄탄한 중산층이 있는데다
기업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떠오르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인도 정부 역시 통신및 전자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으로 가전
산업전자 통신 컴퓨터및 부품생산을 해마다 25%씩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통신시장은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현재 인도의 전화회선은 9억인구에 1천만회선에 불과하다.

한국이 4천5백만명에 2천만회선인 것과 비교해볼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이다.

대도시의 시내통화는 그나마 나은 편이나 시외전화나 국제통화는 몇시간이
걸려도 운이 좋아야 성공할수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S K 미트라 인도투자청 차장은 "통신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유.무선
동시 보급확대정책을 쓰고 있으며 이시장에 관심을 갖는 세계굴지의 기업들
이 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전화는 2004년까지 지금의 10배인 1억회선수준으로 늘리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사업자선정을 위한 신청서류접수는 지난달말에 마감했으며 올해말까지
선정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신청에는 한국통신을 비롯 미국 일본 유럽의 대형업체들이 대거 몰려
심사결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도시와 인근 지방을 한개 지역으로 묶어 사업자를 정하고 해당사업자가
자기자본으로 통신설비를 설치한뒤 운용수익을 향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유선통신은 인도정부 기관인 통신부(DOT)에서 독점적으로 설치 운용해
왔으나 이를 국내외기업에 개방, 효율적인 통신망확장에 나선 것이다.

국내외업체들이 더욱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분야는 무선통신이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 시작된 무선호출서비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
되고 있다.

선경의 김종일 뉴델리지사장은 "3년내 1천만명이 무선호출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20개 대도시에서 시작된 무선호출서비스는 도시별로 4개사씩 총15개 이동
통신 사업자가 중복사업자로 할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따냈다.

이분야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한국이동통신과 한국통신 2개사이며 시장석권
의 야망을 갖고 뛰고 있다.

외국 기업으론 일본의 이토추상사 홍콩의 허치슨사가 강력한 경쟁자로
나서고 있다.

한국이통은 인도의 달미아그룹및 삼성전자와 손잡고 지난해 뉴델리에
DSS이동통신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6백만달러로 달미아 51% 한국이통 29.5% 삼성전자 19.5% 비율로
출자했다.

사업경험이 있는 한국이통이 시스템구축과 기술 영업등 핵심사항을 총괄
하고 있다.

한국이통이 첫해외사업지인 인도시장에 거는 꿈은 야심만만하다.

우선 무선호출서비스에서 최강자로 떠오른뒤 무선전화사업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회사는 15개사업자중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펴고 있다.

뉴델리 뭄바이 캘커타 마드라스 하이데라바드등 10개 대도시의 무선호출
서비스권을 따내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10대도시 사업권을 모두 따낸것은 DSS이동통신이 유일하다.

이들 도시는 인도내 통신수요의 약 70%를 차지한다.

DSS는 아예 초반에 기선을 제압키로 하고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도 호출
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시티투시티 로밍서비스와 숫자와 문자를 병행한
호출서비스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또 3천만달러를 투입해 시스템확충과 중계기지증설등에 나설 계획이다.

가입자는 내년 3월까지 13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의 프라빈 코마르사장은 "지역별로 4개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DSS는 서비스 질이나 투입자금규모면에서 타사를 압도하고 있다"며
3년안에 승부를 내겠다고 밝힌다.

한국통신도 모디그룹과 손잡고 인도시장을 뚫고 있다.

합작사인 모디콤의 지분은 한국통신 31% 모디그룹 51%로 구성돼 있다.

마드라스 자이푸르 바라나시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도 마드라스에서 1천2백명을 비롯 3천명의 가입자를 이미 확보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모디콤은 당초 7개시의 사업권을 따냈으나 1천1백만명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 캘커타와 코임바토레를 추가,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자분야 역시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특히 소득수준향상에 따른 가전제품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인도 무역진흥공사의 마헤시 프레사드 이사장은 "인도는 9억인구에 TV는
8백만대만 보급돼 있는등 가전제품보급률이 매우 낮다"며 이 시장이야말로
만들면 팔리는 대표적인 셀러스마켓이라고 말한다.

이 시장을 놓고 한국의 LG전자와 삼성전자 일본의 소니 내셔널 파나소닉이
대격돌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인도는 아직 가전완제품의 수입은 금하고 있다.

대신 브랜드라이선싱이나 합작생산은 환영하고 있다.

브랜드라이선싱으로 브랜드를 심어온 LG전자와 내셔널 파나소닉은 합작
생산으로 전환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소니는 막바로 현지생산
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전자분야 사장단이 대거 방문하며 동남아에서 일본에
내준 전자시장을 인도에서만은 석권하겠다는 전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4월말 LG그룹의 변규칠부회장을 비롯한 15명의 사장단이 대거 방문
했고 삼성전자의 김광호부회장및 사장단도 다녀갔다.

LG전자는 이미 93년부터 인도의 베스타비전과 컬러TV VTR 오디오분야에서
브랜드라이선싱 계약을 맺어 골드스타브랜드를 심어왔다.

뉴델리를 비롯 뭄바이(구봄베이)등 대도시에선 골드스타브랜드를 알리는
입간판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LG전자는 이달중에 합작으로 뉴델리부근에 연산 50만대의 컬러TV와 15만대
의 오디오 5만대의 VTR합작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등 생활가전제품의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4월 인도 타타그룹내 전자업체인 볼타스사와 세탁기완제품
3천3백만달러를 비롯 총 4천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는 한편 향후
10년동안 양사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뉴델리부근에 컬러TV와 흑백TV를 생산하는 합작공장건설에
나서기로 했다.

대대적인 브랜드광고를 위해 제일기획팀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익승기술자문역은 "인도가 중동및 중남미를 능가하는 대규모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는 지난 몇년동안 인도 가전업체인 BPL사에 부품을 공급해 왔는데 9월
부터 컬러TV를 자사브랜드로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1~2년전부터 내셔널 파나소닉도 브랜드 라이선싱을 통해 이미지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박명우인도지사장은 "일본업체들이 최대 가전시장인 TV
분야에서 한국브랜드제품보다 15% 저가로 판매하는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엔고로 모든 전자제품의 가격이 한국산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일본업체들은
전략품목으로 여기는 흑백및 컬러TV분야에선 한국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선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시장을 놓고 양국 기업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