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주주가 고객예금을 횡령한
충북금고 사고로 신용이 땅에 떨어졌다. ''누굴 믿고 돈을 맡기느냐''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더군다나 사주의 ''사금고''로 전락한 감독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 신용관리기금등 책임져야 할 기관들은 서로
발뺌하기에 빠쁘다.

신용금고가 오명을 벗고 살아남기 위해선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

신용금고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활로를 모색해본다.

지난92년10월. 경기 송탄상호신용금고에서 사주에게 무려 8백억여원을
대출해준 사건이 발생했다.

전체여신의 90%에 달하는 돈을 사주가 마음대로 끌어쓴것이다.

사주에 대한 대출을 법으로 금지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사건이 터진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금고의 주식이 특정인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동일인지분한도를 적용키로
한것. 한사람이 차지할수 있는 지분한도를 50%로 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낮춘다는계획이었다.

그이후 사고가 잇따랐지만 동일인지분한도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간데없다.

"신용금고오너들이 동일인지분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와
정부고위층을 통해 로비를 해 결국 무산된거다"(J금고M부장)

충북금고 사주의 거액횡령사건도 대주주에 의해 자행됐다는 점에서
경기.송탄금고와 같은 유형의 금융사고라고 할수 있다.

충북금고의 사주 민병일씨(57)는 골프장사업이 실패하자 분양도 하지
못한 골프장을 팔고도 6백10억원의 돈을 유용했다.

사주대출1백8억원과 동일인한도초과1백34억원등 불법대출에다 예금
유용으로 1백79억원 콜거래조작으로 1백89억원까지 끌어쓴 것이다.

이는 수신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돈이다.

민씨는 이중 상당금액을 챙겨 해외로 도주했다.

이처럼 신용금고에 사주와 관련된 금융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오너의 강한 소유의식을 들수 있다.

"내회사를 내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신용금고만큼 오너십이 강한 금융기관은 없다. 금융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대형화와 합병을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도 개별금고의
강한 오너십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한국금융연구원
양원근박사)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신용금고는 모두 2백36개.

이가운데 대주주와 그의 친인척이 회장.사장.임원으로 활동중인 곳은
1백70여개나 된다.

오너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고가 가능한곳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금고를 발판으로 다른사업을 확장해보겠다는 욕심을 내면 결국
위규.편법대출로 이어진다.

거기에 부동산경기침체.사업실패가 겹치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충북금고의 경우도 민씨가 골프장사업을 벌이려다 분양이 안되고
빚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예금을 횡령한 것이다.

자금압박이 심해지면 자신의 금고에서 돈을 끌어쓰는 건 불보듯 뻔한
것이다.

오너가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은 금고도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이 있지만 오너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편법대출로 오너에게 자금을빌려주는 사례도 허다하다.

일부금고는 위장대출을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빌려줄 사람을 찾거나
아예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한다.

동일인대출한도(자기자본의10%.30억원이내)초과와 사주대출을 감추기위한
편법이다.

"여신담당과장이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해 편법대출한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오너가 자신이 시켰다며 압력을 넣었다"(S금고K이사)

오너사장이 출자자대출이나 동일인대출한도(자기자본의10%.30억원이내)
초과로 징계를 받으면 임원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러나 여전히 회장 또는 부회장으로남아 위규대출을 일삼는다.

오너는 다른 사업체를 거느리며 금고자금을 곶감빼먹듯 빼쓴다.

오너가 뒤에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니 전문경영인의 소신경영은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