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47분께 최명석씨가 구조된 지점인근에서 유지환양을 발견한
119구조대는 유양이 의식을 잃지않도록 하기 위해 유양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유양은 극한의 어려움속에서도 제일 먼저 병석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건강
을 걱정하는가 하면 구조대원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도하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다음은 영등포소방서 119구조 천석기대장(38)과 유양의 대화내용이다.

-이름과 나이 주소등을 말해달라.

<>유지환이다. 열아홉살이고 수유리에 살고 있다.

-유지선. 잘안들린다. 다시 말해달라.

<>유지환. 아저씨 왜 남의 이름을 바꿔요. 유지환이요.

-부모님 성함은 어떻게 되는가.

<>아버지는 유자,창자,근자를 쓰시고 어머니는 정자,광자,림자를 쓰신다.
아버지는 지근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아버님 병환이 걱정된다.
나때문에 놀라셨을 텐데.

-우리가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떻게 살았는가.

<>(여기서 잘못들은 듯) 삼풍백화점 크리스탈코너에서 일한다.

-물이나 음식을 먹을수 있었는가.

<>담요에 물을 푹 적셔 물을 먹었다. 음식은 없었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가. 인기척은.

<>모르겠다. 없는 것 같다.

-20~30분후면 구조될 것같다. 구조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냉커피를 실컷좀 마시고 푹 쉬고 싶다. 또 김건모노래를 듣고 싶다.

-생각보다 건강해 보인다. 어디 아픈데 없는가.

<>허리빼곤 특별하게 아픈데는 없다. 다만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다.
그리고 왼쪽다리에 약간의 상처가 생긴 것 같은데 심하진 않다.
오늘이 며칠인가.
붕괴된 지 며칠이 지났는가.

-며칠이 지난 것 같은 가.

<>잘 모르겠다. 자다깨다 자다깨다 했다. 오늘이 며칠인가.

-가르쳐 줄 수 없다. 무사히 구조되면 그때 알려주겠다.

<>며칠 지난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있는 공간은 어느 정도 크기인가.

<>높이가 잘 해야 60~70 정도 된다. 똑바로 앉지못해 허리에 통증이 있다.

-남자친구는 있는가.

<>아는 사람은 있지만 친구로 사귀는 남자는 없다.

-우리 구조대중에 총각이 많은데 구조되면 사귀고 싶다는 대원이 있다.

<>내가 나이가 어려서 구조대아저씨들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웃음)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