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금까지 번 돈은 어디로 갔을까.

엄청난 무역흑자에도 불구,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의 나아갈 방향은
어디이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하나.

최근 일본에서는 경제불황 타개의 처방전을 제시한"썰물의 경제학"
(구영한.죽촌건일공저 PHP연구소간,원제 "인 조 경제학")이 출간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책은 이재의 귀재 구영한씨와 직언의 대명사로 알려져있는 다케무라
겐이치(죽촌건일)씨가 대담형식으로 공동저술한 것.

두사람은 대담을 통해 현재의 일본경제상황을 썰물기로 규정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두사람 모두 자신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책은 출판된지 보름만에 일본동판집계 비즈니스베스트셀러 7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서두에서 먼저 일본경제의 양면성을 얘기한다.

세계인구의 2%에 지나지 않는 일본인이 세계저축의 40%인 1,000조엔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후반세기동안 악착같이 일한 대가라는 것이 이들의 견해이다.

그렇지만 일본인들은 풍족함을 실감하지 못한다.

돈의 사용방법을 알지 못하고 투자를 위해 미국의 국채를 사고자
헤매기만 한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현 불황의 원인은 역사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대공황은 세계경제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의 주축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최근의 불황이 야기됐다는 것.

일본의 금리는 낮은데 재정과 무역적자의 쌍둥이적자로 고통받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아시아에 투하된 미국자금이 환류되고 있으며
이것이 썰물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공황때 파운드의 폭락으로 영국에 돈을 빌려주고 혼이 났던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번에는 일본이 고통받는 순서라고 역설한다.

물론 미국 다음의 대국이 곧 일본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당분간 미.독.일의 "삼국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파악한다.

이들은 요즘의 세계경제상황이 해도 없이 바다를 헤매는 것과 같다면서
80년대에 절정기를 보낸 일본경제가 원래의 성장궤도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없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씨는 이런 점에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눈을 아시아로 돌릴 것을
권유한다.

비즈니스의 기회가 희박해지는 일본을 빠져나와 빠른 성장을 보이는
아시아에서 기업을 일으키거나 찬스를 만들어야한다는 뜻이다.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국경 또는 국가에 매달려 있는 동안 자신이
점점 궁핍해짐을 느끼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해외근무,특히 동남아근무는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