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은 품질관리등이 우수한 생산 협력업체에 대해선 앞으로 설비
자금을 지원하거나 품질검사를 면제하는등 인센티브제를 시행키로 했다.

이랜드는 이같은 내용의 "공장등급 평가제도"를 마련,올 하반기부터 본격
실시키로 하고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8일까지 3차에 걸쳐 괌에서 가진
"협력업체 사장단 수련회"에서 공식 발표하는등 "밀착형 협력업체 관리"를
선언했다.

이랜드는 우선 4백여개에 달하는 생산 협력업체들을 <>경영자 마인드
<>관리력 <>납기 <>품질의식 <>품질 <>가격등 6개 항목에 걸쳐 1백점 만점
으로 평가, 1년에 두번씩 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평가에서 최우수업체로 선정된 4개사에 대해선 <>오더 우선 <>설비및 운영
자금지원 <>현금우선 결제 <>품질검사 면제 <>공임 10% 인상등의 5가지
혜택을 모두 주기로 했다.

또 등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지원자금의 경우 연간 생산매출액의 2%정도를 지급하되 업체당 연간
매출액의 20%까지 무이자 6개월 거치 2년상환조건으로 지원키로 했다.

이랜드는 제도시행 첫해에 약 30억원이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량이랜드그룹 생산총괄본부장은 "올 가을과 겨울을 평가대상으로 삼아
내년 3월 처음으로 시행될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기업은 약 80여개 업체에
달할 것"이라며 "앞으로 평가기준을 보다 객관화하고 지원자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의 밀착형 협력업체 관리는 남태평양의 휴양지인 괌(Guam)섬에서
열린 협력업체 사장단 수련회에서 잘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8일까지 4박5일씩 3차에 걸쳐 3백여개
생산 협력업체 사장단을 부부동반으로 괌섬에 초청했다.

명목상으론 "2000년을 향한 생산인의 재도약"이란 주제의 협력업체 사장단
수련회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딱딱한 강의나 세미나보다는 공장운영에 쉴틈이 없던
공장주들에게 편안한 휴식시간을 제공하는 가벼운 스케줄로 짜여졌다.

수련회 첫째날 오전 그룹 생산본부장의 생산관리 특강을 듣고 난후엔
부부끼리 수중미끄럼틀 윈드서핑 제트스키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며 휴식을
만끽했다.

저녁시간엔 괌의 민속쇼를 관람하는 디너쇼에 참석하고 장기자랑 시간도
가졌다.

부부생활을 주요 테마로 한 가정생활 세미나도 마련됐다.

이랜드가 협력업체 사장단의 합동휴가겸 해외수련회를 기획한 것은 이
회사의 독특한 기업문화와 무관치 않다.

개인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이랜드는 협력업체도 한 가족이란
인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휴가철에 협력업체 사장단을 부부동반으로 모아 이랜드그룹의 한 가족이란
멤버쉽을 피부로 느끼도록 한다는게 이번 수련회의 주목적이다"(최종량
이랜드생산총괄본부장).

본사와 협력업체가 강자와 약자라는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확인시키기 위해 수련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랜드는 협력업체 관리방식 자체가 특이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국의 4백여개 외주업체를 관리하는데는 3가지 원칙이 바이블처럼 돼있다.

<>연간 지속적인 오더 <>현금결제 <>리베이트 없는 깨끗한 거래가 그것
이다.

연간 일정한 발주량을 보장함으로써 협력업체가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릴 수
있도록 한다는게 첫째다.

비록 공임은 다른 의류업체에 비해 30%정도 싸지만 협력업체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비결이 여기에 숨어 있다.

또 성수기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백% 현금결제를
해준다는 것도 협력업체에게 적지 않은 매력이다.

게다가 본사직원이 협력업체를 방문할때 도시락을 싸들고 갈 만큼 철저히
투명한 거래관행이야 말로 이랜드가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노하우중 백미다.

이 회사가 금년 하반기부터 "공장등급 평가제도"를 실시키로 한 것은 이런
기본원칙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랜드는 이같은 "원칙"에 끈끈한 연대감을 가미시켜 협력업체 관리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위해 그동안 브랜드별로 나뉘어져 있던 협력업체를 제품 종류별로
종합 관리하는 생산총괄본부를 작년 10월 발족시켰다.

올해 처음 협력업체 사장단 해외수련회를 부부동반으로 가진 것도 이런
목적에서다.

수련회에 참석한 협력업체인 미성섬유의 주홍준사장은 "다른 협력업체
사장들과 부부동반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본사와 모든 협력업체가 한
가족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가내수공업의 형태로 벨트를 납품하고 있는 삼화피혁의 서원태사장도 "이번
수련회를 계기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일류제품 생산에 기여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제품을 만들자는 각오를 다졌다"
고 귀띔했다.

이랜드가 노리는 "밀착형 협력업체 관리"의 성과가 남태평양의 햇살만큼
이나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