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발표된 정부의 증권 산업 개편방안은 세계증권 산업변혁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미봉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여지를 남기고 있다.

증권,투신,자문,종금등 증권 산업을 분류해왔던 기존의 낡은 틀이
그대로 유지돼 발상의 출발점은 달라진 것이 없다.

증권사와 투신사들이 이번 조치를 정부가 주관하는 또하나의 영업권
배정사업으로 본다면 실패는 예견돼 있다고 봐야 할것이다.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업자들의 머리수만 늘릴뿐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구축도 빠져있다.

증권산업 개편을 단행해왔던 각국의 실례들을 검토해보면 이같은
결과는 명확해 진다.

지난 86년 단행된 영국의 소위 "빅뱅"조치는 증권산업 개편의 관건을
수수료의 완전 자율화에 걸었었다.

미국의 스페셜리스트 제도와 비슷한 조버(Jobber)와 브로커를 통합했고
외국기관이든 국내기관이든 자격만 갖추면 업종진입 자체를 완전
자유화했다.

수수료 붕괴로 이합집산이 러시를 이루었고 문을닫고 새로 서는
증권사들이 줄을 이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빅뱅이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철학이
분명했고 수단도 적절했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을 앞두고 런던 시장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그러기 위해선
업자들에 살을 깍는 노력(경쟁)을 요구하겠다는 이념이 빅뱅의 세부
사항에 모두 포함됐다.

미국의 증권산업 제도는 암흑의 금요일로 불리는 29년 증시대폭락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4년후인 33년 글래스 스티걸법을 제정해 금융의 안전판인 은행을 위험
(리스크)산업인 증권산업에서 분리시켰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의 금융산업 개편논의는 글래스 스티걸법의 개정에
촛점이 있다.

그러나 증권업 내부에서는 이미 모든 것이 자율화되어있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단자회사들이 취급하는 CMA(캐쉬매니지먼트
어카운트)는 지난 77년 메리린치 증권사가 개발한 상품이었다.

증권사들은 당연히 자문업을 영위해왔고 신탁업도 활발히 운영해오고
있다.

다양한 신상품 개발이 러시를 이루어 정부가 무엇이 유가증권인지를
새로 연구해야 할 만큼 모든 것이 자율화되어 있다.

리스크 수준여하에 따라 업태가 분류되어왔을 뿐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분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산업 개편의 기준이었던 셈이다.

일본은 지난 93년 증권업을 개편해 4개 은행과 7개 증권사들이
상호진출을 했거나 서두르고 있다.

물론 투자자문이나 투자신탁이 일본 증권사들의 주요 영업분야가 된지는
오래전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증권산업 개편은 은행과 증권의 통합이 촛점이어서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 증권산업의 문제는 지나치게 업무 영역이 세분되어 있는
반면 영역내에서 만큼은 일종의 독점적 영업권이 보장돼 경쟁다운
경쟁이 없다는 점에 있다.

경쟁은 오히려 정부 스스로가 차단해왔고 이번 개편안에도 정부의
가부장적 개입정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증권사는 담합 수수료에 기반을 둔,그래서 자기자본의 크기로 이익
규모도 결정나는 단세포적 경영구조를 갖고 있고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투신사를 공동설립토록 하겠다는등의 발상도 관치 증권의 길을
고수한다는 선언처럼 들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정부의 끊임 없는 간섭은 업계 내부에서의
수익율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그래서 증권사들에 대한 투신 업무 허용은 또 하나의 영업권 배정외에
아무것도 아닌 상황으로 귀착될 가능성만 높여 놓고 있다.

"산업개편"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동원하기전에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선택(포트폴리오)을 자유화하고 증권사들의 신상품을 용인하며 그동안
문을 걸어닫았던 투자자문사들의 추가등록을 자유화하는등 당장 할수있는
일부터 서두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