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었다.
가서는 하도 믿기지 않아서 그녀가 과연 희봉인지 살펴보고 또 살펴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희봉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나를 좋아하면서도 왜 그 때는 나를 찬바람 속에 내버려두고
가용과 가장을 시켜 망신을 당하게 하였나요?"
가서가 목이 메어 희봉에게 따져 물었다.
"당신을 시험해보려고 그런 거지요.
나를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랑하는가 보려고 말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모든 것을 견디느라 병까지 들면서도 나를 사랑했어요.
이제 당신의 마음을 알았으니 어찌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희봉의 말을 들으니 가서는 너무나 감격하여 눈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희봉의 사랑을 받는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자 병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이전에 독계산을
복용했을 때처럼 기운이 샘솟아 희봉을 와락 안았다.
희봉은 교접의 기술에 통달한 듯 가서를 이끌며 갖가지 체위를 연출
하였다.
여자가 등을 대고 누운 채 두 손을 위로 뻗어 남자의 목을 껴안고
두 다리를 들어 남자의 등뒤에서 교차시키면 남자는 두 손으로 여자의
목을 껴안고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끓어앉은 자세로 옥경을 삽입하는
잠전면(비단을 감는 자세)체위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차츰 복잡한 체위로 올라갔다.
여자가 엎드린 채 다리를 뻗으면 남자가 그녀 다리 사이에 들어가
옥경을 옥문에 넣는 현선부(나무에 붙은 검은 매미 자세)체위에
이르렀을 때 가서는 극락감을 느끼며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파정을
하고 말았다.
희봉도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인 듯, 매미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인듯
비명을 지르며 두 다리를 바둥거렸다.
희봉이 흡족한 표정으로 선녀탕에서 뒷물을 한후, 가서를 다정스럽게
거울 밖으로 바래다 주었다.
거울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가서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
이었다.
"아앗!"
자기 비명소리에 깨어나 보니 바로 침대 위였다.
거울은 어느새 가서의 손에서 떨어져 다시 뒷면을 보이고 있었다.
가서는 그 거울 뒷면에 비친 해골 같은 자신의 모습처럼 맥이 다 풀려
늘어졌다.
온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고 바지는 거울 속에서 파정할 때 쏟아져
나온 정액으로 진득진득 하였다.
이제 정말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가서는 잠시
혼절하였다.
간신히 다시 정신을 차린 가서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야만이 기운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거울을 또 앞면으로 돌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