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의 US오픈취재때 가장 인상깊은 코멘트중의 하나가 그레그
노먼(호주)의 "만점짜리 골프론"이었다.

노먼은 당시 "골프의 수준을 1에서 10으로 볼때 자신이 최고조로 오른
골프는 8점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도대체 어떤 골프가 10점짜리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4라운드동안의 무보기 골프"가 10점 만점의 골프라는 것.

노먼의 생각은 이론상 지극히 당연하다.

4번만에 넣으라 해서 4번만에 넣어 파를 잡으면 그것이 만점이다.

버디는 "보너스"이고 보기는 핸디캡에 따라 70점도 되고 80점도 될
것이다.

4라운드 72홀동안 보기를 하나도 범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수가 전혀 없는 골프"이다.

설령 실수를 했더라도 그 과정중에 실수를 복구, 언제나 파로 막은
것이니 그보다 값진 골프가 따로 없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프로들은 "무보기 골프"를 최고로 친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 팬텀오픈때 조철상이 4라운드 무보기골프로
우승한바 있다.

<>.그러면 아마추어의 입장에서는 어떤 골프가 "최고의 골프"일까.

그것은 핸디캡에 관계없이 "더블보기 없는 골프"일 것이다.

평균타수가 100이 넘는 골퍼는 별 할말이 없지만 핸디캡이 18이하인
골퍼는 "더블보기 없는 골프"야 말로 가장 만족스런 골프로 정의 할수
있다.

싱글 핸디캡골퍼나 80대스코어를 유지하는 골퍼들이 공통적으로 터부시
하는 것이 더블보기이다.

트리플보기에는 OB나 로스트 볼 같은 "명백한 이유"가 있지만 더블보기
에는 "지저분한" 실수뿐이라는게 그들의 개념이다.

아마추어세계의 골프패턴은 잘치는 사람이나 못치는 사람이나 대동
소이하다.

더블보기는 그 비슷한 패턴에 "범해서는 안될 실수",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끼어 들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3퍼트이거나 그린 바로 앞에서 풀썩하거나, 벙커에서
두번치는 경우가 더블보기의 단골손님이다.

"더블보기 없음"은 골프의 흐름이 아주 정상적임을 뜻한다.

그윽하고 견실한 골프라는 얘기다.

설령 싱글핸디캐퍼가 파를 못잡고 보기만을 하고 있더라도 더블보기만
없으면 라운드중 언젠가는 회복의 기회를 갖게 마련이다.

물론 "더블보기 부재"는 스코어상으로도 그 어느 누구나에게나 80대를
보장한다.

<>.더블보기를 추방하려면 보기를 사랑해야 한다.

"최초의 실수"가 나타났을때 보기를 인정하고 보기를 추구하면 보기는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어불능의 욕심"으로 인해 "파를 향한 복구"를
언제나 노린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까 말한 "의외의 실수"이고 그것이
더블보기가 된다.

해답은 바로 거기에 있다.

파를 잡겠다는 인간심리를 당연하다고 쳐도 그 심리를 풀어가는 방법에
욕심이 차면 더블보기이고 집중이 되면 파이다.

"최초의 실수"이후 보기를 인정하면 그런 마음이 집중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보기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이 욕심이다.

더블보기가 정말 싫다면 보기를 하면 되는데 보기가 성에 차지 않으
니까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