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정무장관이 민자당사무총장으로 전격 기용된 것은 김영삼정부의
향후 국정운영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당총재인 김대통령이 문민정부출범후 민주계가 독점해온 사무총장자리
에 처음으로 민정계 실세를 임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사건이랄수 있다.

김대통령은 집권후 당직개편에서 고집스러울정도로 "사무총장=민주계"
원칙을 지켜왔다.

사무총장자리엔 대표를 능가하는 힘이 실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만큼 민정계 수장격인 김장관의 사무총장 임명은 김대통령의 긴박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됐음을 가늠할수 있다.

6.27 지방선거후 민자당은 일부 민정계의원들의 동요와 선거책임론으로
눈에 띄게 결속력이 떨어지고 특히 민주계 주도로는 더이상 당을 내년 총선
까지 끌고갈수 없다는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더욱이 김대통령이 선거인책은 없으며 당직개편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음
에도 불구,"이대로는 안된다"는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칫 당이 걷잡을수
없는 내홍에 빠져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김총장 발탁은 일차적으로 당내 결속과 화합을 겨냥한
것이고 나아가 범여권 끌어안기의 단초로 보인다.

또 김총장과 더불어 민정계의 한 축을 맡고있는 이한동국회부의장과
지근한 거리에 있는 김영구의원을 정무장관에 기용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통령은 3일낮 청와대에서 김장관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사무총장직을
맡도록 통보하고 당쇄신작업을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대통령과 김장관은 이자리에서 내년 총선과 97년 정권재창출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조율이 있었을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총장은 주지하다시피 "신주체론"의 주창자다.

그는 지방선거전 서울시구청장 명예퇴직자 14명 가운데 10명이 민주당으로
가는 현상을 보고 "국정주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친여인사가 이탈하고 결국
여권이 허물어진다"며 민주계의 독단을 비판했다.

김총장의 이런 목소리를 감안해볼때 향후 정부여당의 정국운영도 합리성
과 조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급속도로 김정권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보수안정희구계층과 태크노
크래트들을 다시 포용할수 있는 다각적 방안이 강구될 것이란 얘기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