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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경영의 확산과 함께 우리기업들의 유리한 해외생산거점확보가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해외진출기업중에는 정착에 성공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도 많다.

해외기업진출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우리기업들의 대비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세계각국의 투자유망지역을 직접취재, 시리즈로 엮기로
했다.

첫번째 대상지역인 인도의 투자환경과 유의점등을 본사 산업2부 김낙훈
기자와 사진부 강은구기자의 취재로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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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데칸고원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방갈로르.

카르나타카주의 주도인 이 곳은 다른 지역이 섭씨 45도를 오르내릴 때도
지대가 높아 28도 안팎으로 선선하다.

방갈로르 시내에서 남쪽으로 1시간 달리면 오른쪽에 대형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토롤라 화낙 하니웰등 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의 대형
안내판이 푸르른 녹음속에 빽빽히 서있다.

전자및 소프트웨어업체가 밀집한 이곳이 바로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키오닉스전자시티이다.

40만평규모중 6만평이 녹지로 조성돼 있고 기업들도 널찍한 공간에 잔디밭
으로 꾸며 공단이라기 보다는 연구단지나 공원을 연상시킨다.

최근 2년새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통신장비업체인 모토롤라 컴퓨터수치제어
장치업체인 화낙, 컴퓨터디스크등을 만드는 3M을 비롯, 하니웰 휴렛패커드
ABB 산요 디지털등 50여개에 이른다.

"우리는 이지역 입주업체에게 투자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 각종 절차를
일괄처리하는 것은 물론 4년동안 법인세를 면제하는등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업체들의 입주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카르나타카주 콜하르 산업청장은 이같은 전자시티를 마이소르와
허블리다와등 2곳에 추가로 조성중이라고 설명한다.

키오닉스전자시티는 최근 일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인도러시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같은 외국기업의 인도투자는 지난 91년 라오총리의 집권이후부터 시작
됐다.

라오총리는 인도가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자급자족 경제형태에서 탈피,
외국기업을 과감히 유치해야 한다며 신산업정책을 선언했다.

정책의 골자는 산업에 대한 정부규제를 줄여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외국기업유치와 관련해 발전설비 시멘트 전기기기등 35개 중요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51%까지 허용하고 투자및 기술도입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특히 수출가공지대나 전자시티등 공단지역입주기업에게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 간편하게 절차를 밟을수 있도록 했다.

신산업정책 발표이후 눈치를 보던 선진국기업들은 2년전부터 본격적인
인도투자에 나서 갈수록 투자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는 인도가 최후의 거대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어서이다.

인구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데다 이중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도 약 2억명에 달해 시장성이 유망해서이다.

반면 독립후 40여년동안의 통제경제로 아직 산업기반은 미미하다.

정수철 주인도한국대사관 상무관은 "인도업체들은 못만드는 제품이 없지만
제대로된 제품은 하나도 없을 정도"라고 인도산업을 한마디로 평한다.

델리나 봄베이 마드라스등 대도시에서도 신발을 신은 사람보다는 벗은
사람이 많을 정도이고 TV나 전화보급률은 10%도 안된다.

산업이 낙후돼 있고 공급은 태부족, 시장은 만들면 팔리는 셀러스마켓
형태로 돼있다.

자동차의 경우 깡통차수준의 인도차를 사는데도 예약후 3개월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외국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까닭이 여기 있다.

때문에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한국 일본등 외국기업들이 봇물처럼 밀려
들고 있다.

지난 91년 2백89건 1억7천만달러이던 대인도투자는 지난해 1천62건 45억
8천만달러로 증가했다.

건수로는 4배 금액면에선 15배가 늘었다.

특히 미국과 영국기업이 적극적이다.

최대 투자국가인 미국은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해초 론브라운상무
장관이 25개 대기업대표를 이끌고 방문할 정도로 의욕적이다.

모토롤라는 뉴델리 캘커타 봄베이등에서 이동전화사업을 시작했고
아메리칸인터내셔날그룹은 보험및 금융시장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부터 오는 2000년까지 미국기업의 인도투자가 2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영연방이라는 연고를 내세워 미국에 못지 않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업체인 롤스로이스와 가스업체인 브리티시가스가 인도내에서 합작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추진중인 사업도 6백여건에 달한다.

김대석 뉴델리무역관장은 "독일과 스위스업체들도 투자에 매우 적극적이며
그동안 관망만하던 일본업체들조차 아예 전용공단을 만들어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척박한 기후와 음식등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이지역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지 않은채 다른 나라의 동향을 관망해 왔으나 이제는 본격투자에 나설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공단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델리공항 근처에 앞으로 3년
정도에 걸쳐 공장 아파트 오락시설을 비롯한 각종 주거편의시설등이 공존
하는 주상복합타운형태의 전용공단을 건설키로 하고 해당 주정부와 입주
조건등 마지막 교섭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인도투자에 나서고 있다.

홍콩이 중국대륙을 배후로 성장한 것처럼 싱가포르는 인도대륙을 도약의
주요기지로 삼아야 한다며 첫사업으로 방갈로르지역에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싱가포르 오작동총리는 테크놀로지파크 조성을 위해 직접 이지역을 방문
하기도 했다.

방갈로르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화이트필드지역에 조성중인
이 파크는 8만5천평규모로 올해말에 착공 98년 완공하며 전자업체들을 주로
입주시킬 계획이다.

한국기업들로 자동차 플랜트 컨테이너 섬유 화학 전자 통신등 각분야에서
대인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기업이 몰리다보니 집값도 폭등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허행도차장은 "봄베이 외국인거주지역인 브릿지캔디의 40평
짜리 아파트는 월세가 3년전 75만원에서 5백만원으로 약 7배가 뛰었으며
주요도시 중심부의 사무실 임대료도 이기간중 3배이상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선 아직도 대로 한가운데서 소가 어슬렁거리고 길거리에선 피리로
코브라춤을 연출하는 풍경이 자주 눈에 뛴다.

거지가 득실거리고 화장실이 부족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리에서 용변을
본다.

하지만 국제적인 기업이 물밀듯 들어오고 세계에서 수학적인 두뇌가 가장
우수하다는 인도인의 머리가 만나 이제 인도가 세계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이곳 주재기업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