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중 우리 수출은 대망의 1,000억달러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불과 30여년만에 1,000배가 넘는 양적 신장을 이룩했고 이에 힘입어
우리는 60년대초 1인당 소득 100달러미만의 극빈국에서 이제 1만달러
소득을 바라보는 중진공업국으로 성장했다.
무역은 이처럼 우리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과거 30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보면 우리의 무여구조에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수출신장의 안정성이 결여되어 왔으며
최근에 들어서는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의 수출이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세가지 커다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무역환경은 대외적으로는 저성장 고경쟁, 대내적으로는
저생산성 고화금으로 요약할수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높은 수출신장은 어려운 반면 우리 무역이 가진
이러한 취약점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취약점을 시정하는 것은 무역을 통한 앞으로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먼저 무역적자 과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지난 30여년간 무역에서
흑자를 나타낸 것은 1986년까지 4년간 단 한차례 뿐이었고 나머지
기간은 모두 적자를 나타냈다.
금년에도 엔고의 덕분으로 수출신장률이 30%이상의 호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연간으로는 100억달러(통관 기준)가 넘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역적자는 지난친 고도성장,기술수준의 저위,가격경쟁력의
약화및 수입유발적 산업구조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은 우리 기술수준으로서는 만들기 어려운 부품과
소재 기계류등을 수입에 의존하여 기술집약적 공산품을 생산 수출하는
과정에서 가능했고 이 결과 수입유발적 산업구조가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즉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이 증대되거나 투자가 확대되면 이들 품목의
대일 수입증대가 유발되어 무역적자가 확대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성장률은 낮추어 수입수요를 감소시키거나 물가와 임금을
안정시키고 환률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면 적자가 개선될수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산업정책을 실시하여 적자체질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80년대 전반 외채의 누적으로 경제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수입의존도가
큰 소재 부품 기계류등의국산화를 위하여 대대적인 산업정책이 전개된바
있으나 80녕대 후반 무역흑자가 실현되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매우 어색한 일이 아닐수 없다.
금년중에도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가 예상되자 지난 5월 정부는 보조금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거시적 가격정책도 좋지만 미시적 산업정책이 요구된다.
수입비중이 큰 품목을 선정하고 이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기술수준 가격경쟁력 판매경로등의 면에서 국산화를 위한 애로요인을
구명하고 그 해결을 위한 범정부차원의 노력과 범기업차원의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자본재의 특성상 내구재로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미약하고 고품질이
요구되는데다가 안정적인 수요의 확보에는 장기적인 거래관계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 수출의 급속한 감소문제이다.
금년들어 경공업제품의 수출은 5월까지 12.9%의 증가율을 보여
89년이후의 부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직물 타이어 지류등 자본집약적 품목과 엔고의
덕을 보고있는 운동용구 악기류 문구류등은 20%이상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의류 신발 완구류등 과거 수출 대종품목들은 계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경공업제품의 수출회복은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증대와는 달리
수입유발이 적어 무역수지개선에 기여하며 고용증대효과가 크고
중소기업의 육성및 산업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들 품목의 수출회복은 우리의 임금수준에 맞도록 품질수준을 향상시켜
중국및 동남아 각국의 상품과 차별화해야 가능하다.
이러한 상품차별화의 성공은 세계일류수준으로의 품질향상과 좋은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홍보강화가 장기간에 걸쳐 동시에
실시되어야 가능하다.
품질향상이 제조업체가 중심이 되는 산업전체에 주어진 과제라면
홍보는 국가차원의 이미지개선을 포함하여 기업및 제품광고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가두루 짊어져야 할 과제이다.
끝으로 수출신장의 안정성 문제에 관해서 살펴보자.
지금까지 우리수출은 호조일 경우에는 30%이상 증가하는 과열상태를
나타내다가도 단시일내에 냉각되어 감소하거나 5%미만의 증가에 그치는
침체현상을 자주 반복하여 왔고 이에따라 국내경기는 커다란 영향을
받지않을수 없었다.
수출부진시의 경기진착을 위하여 재정.금융정책이 자주 동원되었지만
실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이로인하여 인플레 압력증대등 많은 댓가를
지불하여왔다.
경제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출신장이 요구된다.
수출증대가 해외경기와 우리산업의 경쟁력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전제할때 해외경기는 주어진 여건으로 보아 우리의 경쟁력을 조절할수
밖에 없고 경쟁력의 구성요소로 볼때 환율 금리등의 정책지표를 조정할수
밖에 없다.
과거 경험에서 보면 수출경기가 과열되거나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이러한 정책지표들을 신축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
80년대전반 해외경기침체시에는 환율의 고평가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악화가 겹쳐 수출부진이 계속되었고 반대로 80년대후반에는 해외경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저평가 유지로 경기과열이 초래되었음은
그 좋은 예이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 30년간의 해외여건을 호황국면의 장기비교,적은
무역마찰,경쟁의 약화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한 황금기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고 엔고도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
저성장,무한경쟁으로 대표될 정도로 여건은 어려워질 것이다.
비교우위에 맞는 산업구조조정과 제반 가격지표의 합리적 운용 그리고
자본재산업의 확산화가 이룩되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수출증대와
무역수지의 균형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