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무늬(문양)는 무늬자체가 화려할 뿐만 아니라 색깔 또한
고도로 세련돼 당시 궁중의 수준을 가늠케 합니다.

찬란했던 조선왕실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지요" 궁중의 전통무늬를
담은 "한국전통문양집 궁중유물전시관편"(안그라픽스간)을 펴낸 안상수교수
(43.홍익대 시각디자인과)는 우리 궁중무늬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느나라것
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책은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의 유물중 가구류 의상류(주로 보자기)노부류
(주로 깃발) 제기류 도자기류등 438점에 들어있는 무늬를 사진촬영및 탁본을
통해 떠낸 뒤 현대감각에 맞게 정리한 것.

컴퓨터디자인작업을 통해 현대적 미감을 가미했다.

"궁중무늬의 대부분은 왕실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무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꽃무늬가 가장 많고 기하학적 무늬가 그뒤를 잇습니다.

당초 구름 태극 나비 박쥐 학무늬와 원앙 공작 토끼 배꽃 무궁화 도라지꽃
무늬등도 눈에 띕니다.

오얏꽃(이화)무늬는 이왕가의 문장으로 후기유물에 많이 발견됩니다"

안교수는 특히 무기나 보자기등 예상치 못한 곳에 진기한 무늬가 많이
나타난다면서 이는 선조들의 미적감각이 얼마나 우수했는가를 증명하는 것
이라고 전한다.

안교수가 궁중무늬 현대화작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겨울부터.

문화체육부가 전통무늬를 디자인개발에 활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해옴에
따라 안교수가 직접 나선 것.

정부지원금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이책에 담긴 모든 자료는 저작권 제한없이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는것이 안교수의 설명이다.

이 자료가 문화산업의 기초,즉 문화인프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책은 그래픽디자이너 공예가 민속연구가및 우리전통에 바탕을 두고
연구하는 분들이 곧바로 응용할수 있는 시각자료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섬유업계등 무늬와 관련된 기업에서 많이 활용했으면 합니다.

이 무늬를 그대로 쓰거나 현대감각을 가미, 약간 변형시키면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충분히 일궈낼 수있을 것으로 봅니다"

안교수는 곧 국립민속박물관소장 유물에 들어있는 무늬도 정리,책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 국립박물관소장품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속의 무늬들을 계속 조사,연구
하고 싶다고 밝힌다.

"무늬는 땅속에 매장돼 있는 엄청난 석탄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캐면 캘수록 역사속에 숨겨져있던 무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전통무늬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독창적인 문화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안교수는 홍익대미대를 졸업했다.

"안상수체" "마노체"등 각종 글씨체를 개발했으며 광복50주년기념
공식로고도 디자인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