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이번 선거에서 뽑힌 지방 자치단체장과 지방 의회의원들이
취임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지방행정은 물론
지역경제까지도 일률적으로 규제 또는 지원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좋건 싫건 지역주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그래야만
지방자치제의 취지도 살아나게 된다.

특히 지방자치가 성공하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방재정이
튼튼해야 하며,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중앙 정부가 지방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교부금의 합리적인
배분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평균 지방재정 자립도는 63.5%에 불과하지만 교부금을
포함하면 83%에 이를만큼 교부금이 지방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같은 광역 단체라도 서울과 5개 광역시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91.7%인데 비해 9개도는 평균 47.2%에 불과하며 기초 자치단체는
이보다 더 낮은 경우가 많다.

더구나 지역주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재정자립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재원조달이 우선
과제가 되고 이에따라 교부금배분을 놓고 자치단체간에 마찰을 빚기
쉽다.

흔히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협조를 강조하지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배분기준이 없다면 자칫 정치논리가 지방자치를 압도할수 있다.

다음으로 지역개발 만능의 사고방식을 지양해야 하겠다.

취약한 지방재정을 강화하고 "홀로서기"를 하려면 중앙정부의 교부금에만
의지할 수는 없으며 민자유치를 통해 각종 개발사업을 벌여야 한다.

기업들도 지방자치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보고 자치단체간의 경쟁을
부추기며 무리한 사업추진을 강행할수 있다.

그 결과 지방재정의 파탄 또는 지역경제의 혼란을 가져올수 있으며
환경파괴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인 개발사업추진을 조정하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이같은 협의는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료나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그리고 교통요금 등의 조정에도 필요하다.

또 한가지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고 권한이양이 끝나면 대부분의 중앙부처 기능은
원칙적으로 기획조정 업무에 그쳐야 한다.

이에 따라 작년말 정부조직개편 때 제외된 비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중앙부처의 기능조정및 조직통폐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자치단체와 중앙정부,또는 자치단체간의 업무조정은
사안별 기능별로 소관부서와 직접 해야 하며 중간에 내무부가 끼어들
까닭이 없다.

불필요한 행정조직을 정비하지 않으면 행정의 비능률은 물론 공연히
자치단체와 마찰만 빚기 쉽다.

이밖에도 지역이기주의를 이겨내고 지역주민들의 지나친 기대를
조절해야 하는 등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신임 단체장과 의원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겸손한
자세로 성실하고 꾸준하게 업무를 추진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