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자동차협상이 미국의 대일보복관세부과시점(한국시간 29일 오후1시)을
불과 12시간여 앞두고 28일 극적 타결됐다.

이에따라 일본산 고급승용차에대한 미국의 보복관세부과와 일본의 맞보복
조치란 양국간 전면적인 무역전쟁은일단 피할수 있게 됐다.

두나라 자동차협상이 이날 타결된 것은 협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왔던
"수치목표설정"부문에서 양측이 한발짝씩 물러섰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산 자동차부품 구입계획을 수치화해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일본측에 강요했으며 일본은 이를 자유무역정신에 위배되는 "관리
무역"이라며 난색을 표해왔었다.

두나라는 그러나 협상결렬이 자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몰고올 영향에
관한 심적부담을 떨칠수 없었다.

때문에 서로가 손을 들어주며 이번 분쟁을 매듭지을수 있는 명분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했다.

일본은 업계의 해외생산강화및 이를 통한 미국산 자동차부품구입 확대계획
발표란 방식으로 우회했다.

정부대 정부의 약속이 아닌 업계의 자율적인 경영계획을 협상타결조건으로
미국측이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국가체면을 살린다는 의도였다.

일본은 수치목표설정이 요구되지 않는 자동차정비시장 규제완화만을 정부
차원에서 약속했을뿐 업계의 사업계획실행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던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이같은 변칙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보복관세를 실제로 부과해 강한 미국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보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길로 선회했다.

일본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셌던데다 일방적인 보복관세부과의 정당성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판단에 맡기는 것은 불리하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물론 일본 자동차업계의 제안에 대해 수치목표설정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 발표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협상에서 일본을 굴복시켰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협상타결을 밝히는 성명에서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수치화
해 거론한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 이번 협상안은 이행과정에서 또다른 갈등을 야기시킬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이번에 발표한 계획(글로벌 비전)이 결코 의무이행
사항이 아닌 자율적인 것이라고 재삼강조하고 있다.

해외현지생산강화및 미국산부품구입확대계획은 국제경제환경에 따라
변경될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안지킬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은 패배자로 낙인찍힐수 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의 약속이행을 보다 강도높게 요구하는등 또한차례의 자동차분쟁을
초래할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