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월과 5월 통합시의 금고은행확보를 둘러싼 지방은행과 농협의
쟁탈전은 농협의 완승으로 끝났다.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의 68개시 가운데 농협은 모두 51개시의
시금고은행을 맡게 됐다.

이를 두고 지방은행들은 지방의회의원들이 대부분 농협출신이어서
농협에게 완패했다고 분석했다.

또 농협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채 방만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불만섞인 지적을 하고 있다.

시군금고쟁탈전에서 농협이 "독식"을 하고자 애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민들의 자금융통을 위해 설립된만큼 지역금융기관의 텃세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금융기관의 터줏대감으로서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자는 계산이다.

금융점포7백56개와 회원조합2천9백27개를 합해 모두 3천6백83개나 되는
점포망을 강점으로 완전한 지역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시중은행의 지방침투에 대한 농협의 수성작전은 방어차원을
넘어서 맞불도 불사하며 가히 공격적인 양상을 보인다.

우선 "금고와 농협하나되기운동"에서 그 공격성을 찾을수 있다.

"이미 지난5월 지방세 세정업무에 OCR시스템을 도입하는등 전산화를
완료했습니다. 자치단체의 민원업무안내를 위한 ARS시스템의 확대와
민원서류발급대행업무도 하고 있죠"(이종석저축신탁추진부장)

공공기관우대정기예금을 개발하고 지역단위 농산물특판사업을 펴며
"신토불이창구"를 운영하는등 지역밀착화사업을 벌여 금고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게 이부장의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공헌사업을 확대해 시군금고는 물론 광역시와
도금고은행도 넘보겠다는 태세를 보이는 것이다.

지역은행으로서의 농협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협의 특성을 살려 비료.농약.농가공.농자재생산.유통업체등에
대한 농기업자금대출도 늘리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농산물관련업체의 대출수요에 대해 내년까지
1조원의 농기업자금을 대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 7월1일부터 시판되는 "관광복권"의 발행대행을 맡아 제주도
관광개발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점포전략을 살펴보자. 시중은행은 지방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읍.면으로까지 점포를 확충하며 금융실핏줄을 깔아놓고 있다.

그러나 농협의 전략은 다르다.

무작정 점포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농협의 점포전략은 수익성위주의 소형다점포화입니다. 1인당수익률을
높여야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촌에 있는 점포라 할지라도
수익성이 없다면 폐쇄되고 도시에 출장소를 더 세울수 있는거죠"(류규선
금융종합지원부장)

"질위주 경영"으로 역공세를 펴겠다는 얘기다.

농협으로선 금융결제원의 전산망이 단위농협까지 연결됐으므로
은행점포로서 수익성이 없는 지역은 단위농협이 은행기능을 대신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수익성에따라 경쟁력있는 점포를 찾는 것이다.

경쟁력있는 점포를 확보하고 나면 원스톱뱅킹(One Stop Banking)을
추구한다.

오는 8월부터 대도시의 6개 시범점를 선정, 대리급사원을 전진배치해
신속한 업무처리를 한다는 계획도 이런 차원에서다.

장기적으로는 점포의 자동화.기계화를 꾀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우선 농협 "365자동코너"를 연말까지 1백60개소로 늘리고 점외CD/ATM도
2백19대로 증설할 계획이다.

농협은 연말까지 "신용사업경쟁력강화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경쟁력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금융점포가 1백개를 넘어선 수협과 신탁.공제부문에서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축협도 점포확충등 장기전략을 세우기에 분주하다.

신상품개발 역시 최근 농협의 두드러진 성과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취급한 늘푸른통장이 지난달말현재 평잔1조3천
5백60억원의 실적을 올렸고 지난2월부터 시판한 알찬모아신탁은 시판
3개월여만에 수탁고잔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이들 두상품은 시중은행의 상품들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성과를
보였다는게 농협측의 자체평가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지방화시대가 열렸다.

시중은행이 지방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반면 농협과
수협 축협은 보다 포괄적인 수익성위주의 경쟁력강화방안에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이미 지방금융의 터줏대감으로서 자리잡았다는 여유가
작용하고 있다.

농협이 생활은행.지역은행.환경은행으로서 종합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