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은행에 오지않게 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대구은행 고객만족센터에서 폰뱅킹을 맡고있는 여민동대리(34)는 고객을
은행으로 불러들이려는 다른 은행원들과는 생각이 반대다.

폰뱅킹을 이용하면 고객이 짜증나는 시내교통혼잡을 겪어가며 은행에
나오거나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

폰뱅킹은 은행에 용무가 있는 고객이 전화다이얼을 조작함으로써 은행의
전산망과 직접 교신,송금이나 잔액확인 통장분실신고 각종 공과금납부등의
거의 모든 은행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여대리는 지난해 9월 대구은행 고객만족센터에 전담조직이 생긴 때부터
폰뱅킹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전화은행의 은행장이다.

그는 지난해 폰뱅킹의 초보형태인 파랑새전화서비스를 담당하면서
폰뱅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화로 사람이 직접 간단한 안내를 해주는 전화서비스를 담당하면서
관련서적을 뒤적거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폰뱅킹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외국에서는 은행업무의 10-20%가 폰뱅킹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폰뱅킹에 관심을 갖게된 여대리는 일찌감치 폰뱅킹을 국내에 도입한
씨티은행의 협조를 얻으려고 했으나 문전박대만 받고 돌아섰다.

개괄적으로 서술된 번역서적 몇 권과 지점업무경험에 의존하면서
전산팀과 함께 3개월만에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지금은 시스템이 안정상태에 들어섰지만 여대리는 올 1월3일 폰뱅킹
개시직후 전화가 폭주,불통사태가 빚어졌을때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한다.

고객과 지점에서는 항의가 빗발쳤으나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에서는 회선증설이 쉽지않아 밤새기작업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아진 덕분에 대구은행이
삼보컴퓨터와 함께 개발한 폰뱅킹시스템이 서울신탁은행등으로 팔려나갔고
광주은행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폰뱅킹을 시작한지 반년밖에 안됐지만 이제는 자신이 만든 대구은행의
폰뱅킹이 국내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1백20개의 전용회선과 하루평균 폰뱅킹처리건수 1만6천-1만7천건으로
국내은행중 폰뱅킹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내달중에는 회선을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서비스코드도 69개로 가장 많다.

기업체나 보험사등에서 거래내역을 팩스로 쉽게 뽑아볼수 있는
팩스통지서비스,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의 신용카드대금 자동납부서비스,
아파트관리비자동납부서비스등은 다른 은행이 쉽게 따라올수 없는
대구은행의 자랑거리.

폰뱅킹시작직후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왜 이제 시작했냐"는 고객들의
격려성 항의전화가 쏟아졌을때 한없이 기뻤다는 여대리는 전자금융시대를
앞서가는 신세대신금융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