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자동차가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사람들을 빠르고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동시킬수 있을 것으로 믿은적이 있었다.

자동차가 가진 이러한 매력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자동차를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자동차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춘 사회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가혹한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지나친 자동차 의존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들이 자동차의 장점들을
상쇄시키고도 남기때문이다.

자동차의존으로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광범위하다.

주요 도시들에서 교통혼잡과 교통사고 소음공해와 대기오염등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오데자네이로의 경우 하루중 러시아워가 14시간이 넘고 런던에서는
1989년에 차량행렬이 53 나 뻗힌 기록을 세운적이 있었다.

1988년의 기록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25만여명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수백만명이 다치거나 불구가 되었다.

카이로 중심부에서는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경적소리로 인한 소음수준이
건강안전기준 한계치의 10배에 이르기도 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오존과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오염물질이 인간의 기관지와 폐질환을 악화시킬 천식환자나 어린이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가하면 자동차가 지구온난화현상을
야기시키는 요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렇게 볼때 "기술이 인간의 좋은 하인이긴 하지만 좋은 주인은 아니다"
라고 한 자크 엘룰의 말을 실감케 해주는 대표적인 대상이 자동차라 할수
있다.

그런대로 도시 공간은 날이 갈수록 자동차들로 더욱더 가득 들어 채워지고
종내에는 인간이 자동차의 완전한 노예로 전락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갖게
까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의 자동차대수도 지난90년1월 100만대를 넘어선지 5년반만인 다음달
중순께 200만대를 돌파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휘발유세와 주차비 인상,승용차의 부제운행 실시,승용차함께타기
운동 등 온갖 대중교통수단이용 유인책을 써 왔지만 자동차의 엄청난
증가세를 멈추게 할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교통혼잡의 부작용보다 더욱 큰 경제적 파장을 몰고올 승용차
생산중단 조치를 취할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교통문제를 푸는 열쇠는
어차피 시민들의 차지일수밖에 없다.

어떤 고육지책이라도 동원하여 서울시민을 자동차로부터 해방시키지 않는
한 270만대로 늘어날 2000년의 교통대란은 피할수 없을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