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줄 것이 모자라면 ''가짜''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낳는 부작용일 것이다.

예로부터 서화 골동에 가짜가 많아 이를 안작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가짜''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그리워하며 살게 되었다.

''가짜''는 가자와 가자에서 음역된 것이라고도 한다.

''기산풍속도첩''에 보면 조선시대 종로거리에 임시로 네기둥위에
널판지나 천을 씌워 지붕을 만들고 그속에 일용잡화를 팔았는데 이것이
요즘 노점이나 가게의 효시다.

가게는 본래 가건물이라는 뜻으로 가가라고 썼는데 후에 ''가개'' ''가게''
로 정착이 됐다.

지금의 백화점에 해당되는 것이 전이고 슈퍼마켓에 해당되는 것이
방이고 상점에 해당되는 것이 가가고 구멍가게에 해당되는 것이 재가
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가짜''집이 생겨난 이후에는 그 속에서 팔고있는 상품에까지
점차적으로 ''가짜''가 횡행하게 되었다.

''가짜''중에는 서화작품이 특히 많았는데 속아 산사람은 십중팔구 그림
보는 안목이 없음을 부끄러이 여겨 말도 못한채 안목을 높이는 레슨비를
지불한 것으로 여겨 웃고 넘겼다고 한다.

가짜서화가 꼭 요즘처럼 질이 낮고 암거래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청대의 유명한 서예가 동주 하소기는 도도한 자세로 저자거리를 걷다가
행인에 둘러싸인채 즉석 휘호로 돈을 버는 노인을 보았다.

하나 기세등등하던 그가 노인의 기운생동하는 골법용필을 보고는 기가
죽어 망연히 서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노인이 마지막에 동주라고 쓰고
낙관을 해 팔고있는 것이다.

진짜 동주보다 더 잘쓰는 ''가짜''동주를 정중히 집에 모셔 융숭한 대접을
하고 스승이 되어 줄 것을 간청하며 ''가짜'' 도장을 찍는 연유를 물으니
''낸들 아오, 글씨는 나만 못하면서 이름은 나보다 더 났으니 그자의
도장을 찍어 팔수 밖에...''라며 한숨을 내 쉬었다.

''진짜'' 동주는 ''가짜'' 동주에게 자기가 바로 ''진짜''임을 고백한 후
겸허한 자세로 평생을 피나게 노력하여 이름이 더났던 값에 보답했다고
한다.

요즘의 혐오스러운 ''가짜''사건에 비해 아름답기(?)까지한 이 일을
기억하며 작가로서의 겸허함을 배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