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강한톤으로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있다.

지난해말 단행된 경제부처 조직개편에 이어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한 2차정부조직개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물론 KDI나 재정경제원측은 "연구기관의 단순한 정책건의 일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번 조직개편이 전격적으로 단행된데다 선거직후에 비경제
부처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비밀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도 없지 않아 건의 이상의 관심을 끌고있다.

KDI가 22일 제기한 정부조직개편 방안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정부기구의 통.폐합및 조직개편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기능과 업무의 비효율성과 중복요인을 정확히 가려내 유용성이
없는 부문은 정부기능과 기구자체의 폐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중앙부처의 정책입안기능과 집행기능을 분리, 집행기능을
산하단체나 민간으로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는 것으로 광의의 조직
개편에 속하는 것이다.

KDI는 그동안 조사해온 미국 호주등 6개국의 정부조직개편 추진실적을
정리한 보고서를 내달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보고서는 <>주택도시개발부 에너지부 교통부와 총무처 인사관리처등
5개부처에 대한 개편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미국과 <>정책집행부서를
자율적인 사업소형태( Next Steps Agency )로 개편하고 있는 영국
<>새로운 사무차관제도를 도입한 뉴질랜드등의 사례가 제시될 예정이다.

KDI의 이같은 주장이 말그대로 "주장"일수는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KDI의 이계식박사(재정.복지팀장)는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정부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의 정부조직개편사례를 살펴보면서 자연
스럽게 도출된 결과"라고 밝혔다.

순수한 학문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1차적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재경원도 일단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KDI 자체의견일뿐 정부와 협의한 것은 아니다"(이영탁예산실장)고
설명했다.

또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책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기엔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KDI의 건의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개편필요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지난해말 이루어진 1차 정부조직개편직후 개편해야 할 비정부부처는
손대지 않고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경제부처만이 건드렸다는 지적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 내무부는 어차피 줄여야 하고 중앙부처 조직이
줄어드는데 맞추어 이를 관리하는 총무처도 손을 보아야 한다는 주장
이었다.

결국 이번 KDI의 정부조직개편은 선거직후의 대대적인 2차개혁설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