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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 기업들] (19) 대만 '에이서' .. 저비용 대량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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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7위의 컴퓨터 메이커. 동남아.중남미 컴퓨터시장 점유율 1위. 수출입
    규모 대만 1위. 미국 컴퓨터시장 점유율 9위. 모니터 세계 2위"

    대만 컴퓨터 메이커 에이서가 자랑하는 이 회사의 94년도 위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6만대의 컴퓨터를 팔아 세계 7위에 올랐다.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공급분을 포함하면 227만대로 세계 5위.

    공급한 물량만을 따지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최대의 컴퓨터회사이다.

    지난해 매출은 주력기업인 에이서를 비롯, 12개 자회사를 모두 합해 32억
    달러(약2조5,000억원).

    굳이 매출규모로만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10대 그룹에도 끼지 못한다.

    그러나 에이서의 생산품목이 대부분 컴퓨터, 주변기기및 컴퓨터부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규모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컴퓨터 전문업체인 삼보컴퓨터의 매출액 4,400억원의
    6배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의 성장 속도이다.

    93년도의 매출액이 19억달러였으니까 지난해 에이서의 성장률은 70%에
    달한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0억달러 증가한 42억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에이서그룹의 스탄 쉬 회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지금 추세라면 올해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서는 오는 2000년까지는 매출액 100억달러를 돌파, 세계 3위의 컴퓨터
    회사로 부상한다는 중기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76년에 설립돼 나이가 스무살도 되지 않은 청년기업 에이서에는 두려워할
    만한 상대가 거의 없다.

    세계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이 에이서를 "겁없는 기업"으로 꼽을만하다.

    사실 신쑤과학공단내에 입주해 있는 에이서의 주력공장을 둘러보면 그다지
    놀라울게 없다.

    마더보드(각종 칩이나 전자부품이 장착된 회로기판) 생산라인의 칩 자동
    삽입률이 85~90%에 달한다는 점과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45%에 이른다는
    점이 다소 색다를 뿐이다.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을 거느리고 세계 7위에 올랐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에이서 본사 규모도 놀라운 정도가 아니다.

    에이서는 현재 오피스빌딩의 4개층을 빌려쓰고 있을 따름이다.

    세계 7위의 컴퓨터회사가 전세살이를 하면서 이제서야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에이서 본사에 들어서면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세계시민(Global Citizen)"이라고 적힌 간판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간판은 에이서가 세계 컴퓨터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배경을 대변하고
    있다.

    스탄 쉬 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대만 억양의 강한 악센트로 "글로벌
    브랜드, 로컬 터치(Global brand, local touch)"라는 자신의 경영방침을
    강조한다.

    "에이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끌어올리면서 각국 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다는게 쉬 회장이 주장하는 모토의 의미이다.

    에이서는 이를 위해 지난 93년 교통요지이면서 영어 생활권인 싱가포르에
    세계시장 공략기지로 에이서 컴퓨터 인터내셔널(ACI)을 설립했다.

    쉬 회장은 지난 13일 딜러회의에서 ""글로벌 브랜드, 로컬 터치"는 현지
    실정에 맞게 현지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현지법인을 현지인이 관리하게
    함으로써 제품을 현지화하고 브랜드를 세계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을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조립한다는 방침아래 "조립공장을
    한달에 한개꼴로 세워 연말까지 35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이서는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필리핀 수빅만에 마더보드, CD롬
    드라이브 등을 생산할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지난 4월30일 필리핀측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5월에는 인도 위프로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에이서는 오는 7월1일 서울사무소를 법인화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시장에
    공급할 개인용컴퓨터(PC)를 한국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국 컴퓨터회사들과 합작회사 설립에 관해 막바지협상을
    벌이고 있다.

    에이서 코리아의 강희운 지사장은 "합작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연내에는
    국내에서 에이서의 PC를 조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서의 PC 현지조립은 이 회사의 "패스트푸드(fast food) 전략"과도
    관련된다.

    햄버거 등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듯이 고객이 원하는 바를 포착해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에이서는 판매점의 재고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짧게 잡고 있다.

    시장의 움직임에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2개월간 개발해 4개월간 판매하고 2개월간 폐기처분한다는 에이서의
    "2-4-2 전략"도 패스트푸드전략의 하나이다.

    에이서는 대표적인 강점 가운데 하나로 신속성(speed)을 내세운다.

    조직이 분권화되고 현지화되어 있어 시장의 변화에 어느 경쟁업체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서는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대기업 경쟁사들에 대해서는 자사의
    신속성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에이서가 내세우는 최대의 강점은 "저비용 대량생산"이다.

    에이서는 마더보드를 비롯해 모니터 키보드 CD롬드라이브 D램 등 컴퓨터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을 직접 생산한다.

    게다가 미국 일본 유럽 컴퓨터회사들의 대규모 OEM 주문에 힘입어 부품이든
    완제품이든 대량생산하고 있다.

    PC의 경우 OEM 비중이 50%에 달하며 올해는 40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대량으로 생산하면 그만큼 단가가 낮아진다.

    에이서는 이 이점을 살려 각국의 현지공장에서 PC를 조립하면 어느 경쟁
    업체도 물리칠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에 관해서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OEM을 통해 기술을 축적해온데다 90년대초 미국 산업계에 감원 바람이
    불면서 이곳에서 일해온 유학생 출신의 대만 기술자들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에이서의 고민거리라면 충분한 가격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컴팩과는
    달리 가격싸움을 주도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대만 제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출 경우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서는 앞으로 기업뿐 아니라 가정까지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
    이다.

    가전제품의 컴퓨터화 추세에 맞춰 PC-TV를 비롯, 폰팩스 셋톱박스 등
    새로운 형태의 가정용 전자제품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키로 한 것이다.

    이제 에이서는 더이상 대만의 소규모 컴퓨터회사가 아니다.

    90년대 들어 정보기술(IT)산업이 대만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에이서는
    대만 IT산업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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