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에서 유출된 지폐를 사용한 여직원이 검거됨으로써 이번 사건은
내부직원에 의한 절취로 판명됐다.

조폐창의 화폐관리가 단순한 절도행위에도 무방비상태였을 정도로 부실
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같은 총체적 부실은 재정경제원 조사반의 현장점검에서도 그대로 확인
됐다.

옥천조폐창을 긴급조사하고 돌아온 재정경제원 조사반(반장 안병우 기획
관리실장)은 16일 <>보충은행권 보관및 관리허술 <>탈의실관리 취약 <>폐쇄
회로TV 노후 등의 부실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조사반은 완제품인 은행권을 보관하는 중앙금고와는 별도로
보충은행권을 보관, 관리할 간이금고를 설치하는 등의 보충은행권 관리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조사반 보고에 따르면 보충은행권은 지폐생산최종단계인 활판과에서
바퀴가 달린 망차(가로 세로 높이 각1m)에 담겨져 잘못 생산된 화폐와 교환
되고 있으나 망차관리자가 한사람(하루 2교대)뿐인데다 망차의 잠금장치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시간중 망차는 작업현장의 한구석에 놓여져 있어 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될 경우 보충은행권이 무방비상태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또 보충은행권은 작업이 끝난 밤에는 작업현장옆 소형창고에 넣어진채 방치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직원들 사이에 보충은행권을 "대체부품"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도 보충은행권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원인이 된것으로 분석됐다.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는 환복장(탈의실)에 대한 관리도 형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분리돼 있는 환복장에는 관리규정상으로 각각 2명씩의
남자와 여자경비가 근무하도록 돼있으나 실제로는 1명씩 근무하고 있으며
그나마 여자용 환복장에는 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옥천조폐창 내부에 폐쇄회로TV가 네군데에 설치돼 있으나 모두 83년에
만들어진 구식이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감시활동을 제대로 할수없는
상태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따라 조사반은 이들 폐쇄회로TV를 신형으로 전면 교체하고 여자용
환복장에도 폐쇄회로TV를 추가설치토록 옥천조폐창에 긴급 지시했다.

이밖에 보충은행권은 매일 재고를 파악해 같은량(1,000원권 2만4,000장)의
재고를 유지하도록 돼있으나 조폐창측은 이번에 유출된 보충은행권을 제작한
5월20일이후 6월2일까지 일일점검을 하고도 유출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반장인 안실장은 "제도자체엔 결함이 없으나 1차조사결과 관리가 허술
한 것으로 드러난만큼 한은과 조폐공사의 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종합적인
관리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희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