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이땅에 사는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호국의 달.

어찌 옷깃뿐이랴.

뭇사람이 영혼의 깊은 내면까지도 여미게 한다.

우리 "한마음회" 30여명 회원들의 망막에는 6.25동란때 20대의 젊은
나이로 꽃처럼 하늘에서 산화한 선배군조종사들의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억세게도 운좋게 살아남은 우리들은 1970년대초 "한마음회"라는 간판밑에
다시 모였다.

우선 건강을 지키면서 먼저 간 님들의 유지를 계승해 남은 자들 만이라도
화합을 도모하고 또한 덤으로 사는 인생들이니 사회에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아보자는 소박한 뜻에서 30여명이 하나가 됐던 것이다.

우리들 왕년의 "빨간 마후라"들 ("빨간 마후라"라고 하면 요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왕년의 인기스타 신영균 최무룡 최은희가 주연한 공군조종사들에 얽힌
얘기를 영화화한 것이 바로 "빨간 마후라"였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일요일 아침6시면 관악산입구 광장에 집결한다.

등산도 등산이려니와 환경보호운동에 참여하려는 단심도 크다.

"한마음회"의 창립목적의 하나인 사회봉사를 관악산쓰레기줍기로 구체화
하자는 것이다.

골짜기나 계곡에 버려진 휴지조각과 빈병을 줍는 봉사활동이 끝난후 지난
얘기와 멀티미디어 미래사회를 주제로 화제의 꽃을 피우면 조그마한 보람도
느낀다.

4시간의 하이킹과 환경정화를 마치고 하산해서는 관악산입구의 "예산댁"
이란 상호의 우거지탕집에서 우거지국에 칠갑산 맑은물로 빚었다는 동동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회원들의 면면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마음회"창립의 산파역이었으며 현재 회장으로 수고하시는 이형복(삼인기
업회장) 황규복(인천대총장) 박웅진(정지구 라이온스전총재) 시인 사업가
경제학박사로 팔방미인인 박웅진회원은 무료로(?) 문학과 경제에 대해 특강
을 해주는 단골강사이기도 하다.

"한마음회"사무실을 마련해주면서 우리 모임의 발전에 기여한 홍의(삼성
빌딩관리사장) 국내외 항공업계 현황을 브리핑해 회원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선사해주는 한영규(항공협회 부회장) 유머와 해학을 발휘해 등산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정진모(서울컬러고문) 이종국(방위산업체 JB사장) 방승영
(예비역장군) 하이킹코스발굴 등 초석을 다진 유동천(수요회등산회장) 우리
모임의 재정에 도움을 주고있는 이영선(쌍용그룹남광토건사장)회원 등.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