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국가들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어 새로운 경제협력의
패러다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아세안지역을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여 제3국으로 우회수출하는
단순한 하청생산기지로만 인식하였다면 앞으로는 동등한 협력파트너로서
현지 특유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협력의 양태를 전환해 나가야
한다.

먼저 현지시장을 겨냥한 직접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등 아세안국가들의 내수시장
은 산업구조고도화 추진,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에 따른 투자증대로 자본재
중간재의 수요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내 각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내구소비재의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세안은 이제 새로운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잠재수요 개발
가능성 또한 대단히 높다.

이처럼 아세안 역내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확대함과 아울러 현지 유통채널
을 활용할수 있는 마케팅면에서의 협력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세안국가들 또한 자국산 공산품의 대한국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국가와의 무역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경우 통상마찰 완화차원에서도
자원수입증대와 아울러 공산품 수입을 전략적으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아세안기업들과 판매경로의 상호공여나 유통채널의 공동이용등 마케팅
측면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아세안시장 진출이 한층 용이
하게 될 것이다.

투자업종도 전자 통신기기 기계 화학 철강 자동차등 자본.기술집약적산업과
부품.소재산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아세안국가들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산업구조고도화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국가들이 섬유 신발등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의 생산국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지난날의 것이고 전자 통신 자동차 화학등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빠르게 전환해 나가고 있다.

이들 업종들은 향후 아세안내 시장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다른 경쟁국기업의
진출가능성도 매우 높은 업종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제발전단계등이 서로 상이한 아세안 각국의 특성에
맞게 특화하여 진출함으로써 아세안과 한국 더 나아가 세계시장을 상호
연결하는 최적의 분업생산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즉, 저임금 노동력이 아직도 풍부한 인도네시아 필리핀과는 노동집약적
부문에 대해 공업화가 보다 진전되고 숙련기능공이 많은 말레이시아, 태국
과는 자본 기술집약적 부문에 대해 상호협력하며 일부 특정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와는 컴퓨터 반도체 생명공학 등
특정분야에서 상호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아세안국가들의 공업화가 급진전되면서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을 계속 잠식할수 있다.

그러나 아세안국가들의 산업은 우리와 비교해 볼때 아직 낙후된 분야가
많고 특히 국내자본.기술축적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있다.

부메랑효과를 우려하여 소극적으로 협력에 임하기보다는 경쟁할 것은
경쟁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협력을 통하여 협력기반을 넓혀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아세안국가들과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등 인도차이나국가들에
대한 진출을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자유무역지역(AFTA)결성을 통하여 경제통합이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태국의 경우 인도차이나 국가와 이웃하고 있어 월경무역으로 자연적
으로 형성된 바트경제권을 본격적인 지역경제권으로 발전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앞다투어 베트남을
중심으로한 인도차이나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은 과거 공산주의로의 도미노 위협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로의
역도미노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이제 인도차이나국가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광역동남아 경제공동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가 아세안 가입을 희망하고 있고 베트남의 아세안
가입은 조만간 이루어질 예정이다.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아세안 경제권으로 편입되고 있는 인도차이나시장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정보를 갖고 있는 아세안 기업들과 공동진출을 추진함
으로써 정치.경제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진출성과를 보다 극대화시킬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아세안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있는 화교기업들과 제휴하여
아세안 현지시장과 베트남 중국등으로의 진출을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기업에 비해 크게 열위에 놓여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열세를 극복
하기 위해 현지 상권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인적.정보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화교기업과 협력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

화교기업들은 그 동안 주력해온 서비스업에서 최근에는 제조업과 인프라
사업으로 업종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입지도 아세안 역내에서
벗어나 중국 인도차이나 인도등으로 다변화해 나가고 있다.

화교기업들의 이러한 다각화.다변화과정에 우리기업들 특유의 생산기술력
자본력 적극적 경영능력을 화교기업들의 인맥,마케팅력과 결합하는 경우
큰 시너지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세안이 보유하고 있는 기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협력을 강화하는 경우 변화하는 아세안시장,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