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좌 한국도심공항터미널사장(63)은 중소기업 발전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20여년동안 구상공부에 근무하면서 중소기업의 주력 생산품인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였으며 특히 88-91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재직시에는
획기적인 중소기업 발전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는 이시절 중소기업 구조조정사업의 필요성을 역설, 구조조정기금을
대거 확보해 이사업을 본격 실시했고 중소기업 신기술및 신경영기법인 중소
기업이업종교류운동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홍사장은 지금도 중소기업사장을 만나면 이업종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할뿐만
아니라 틈틈히 중소기업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일본어가 더이해하기쉽다는 그의 집무실에는 중소기업및 상공분야에 대한
최신 일본어책으로 둘러져 있다.

홍사장은 구상공부 기계공업국장 상역국장 특허청장 상공부차관을 지냈다.

그뒤엔 중진공이사장 무역협회부회장을 거쳐 지금은 한국도심공항터미널
사장을 맡고 있다.

친구들로부터 직장운이 좋다는 평도 듣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있는 도심공항터미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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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이기한 < 산업2부장 > ]]]

-건강해 보이십니다.

<>홍사장=병을 별로 앓아보지 않았습니다.

-주로 어떤 운동을.

<>홍사장=친구들하고 매주 산에 갑니다. 아침일찍 도봉산에 오르는데
3~4시간 산행을 하고 목욕한뒤 술한잔하면서 점심을 먹지요.

그다음엔 단골코스로 노래방에 갑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목청을 돋우고
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들간에 이업종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이운동을
처음 소개하셨지요.

<>홍사장=중진공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88년 일본경제신문을 보다가
"이거다"하면서 무릎을 딱친일이 있습니다.

전기 전자 기계등 서로 다른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협력해 경영노하우를
교환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업종교류를 소개한 기사였지요.

이운동이야말로 국내중소기업을 위해 정말로 필요하다고 직감했습니다.
즉시 간부를 일본에 보냈지요.

1주일동안 조사를 시키고 자료및 관련 서적을 구해오도록 했습니다. 89년
부터 중소기업연수원 최고경영자과정에 이 운동을 소개하면서 국내에 도입
하기 시작했어요.

일본에 이어 두번째인 셈입니다.

-일본은 언제 시작했습니까.

<>홍사장=지난 73년으로 기억합니다. 오일쇼크이후 일본기업도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격체계변화 경제성장둔화 생산거점해외이전 신흥공업국의 추격등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치자 돌파구로서 창안해낸 것이 이업종교류였습니다.

이운동이 성공한 것은 횡적인 연대여서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종의 기업들끼린 경쟁관계가 아니어서 오히려 조직화가 쉽습니다.

제조업들끼리 혹은 제조 유통 건설 서비스등이 서로 결합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예를들어 실버산업은 건설 병원 호텔등이 결합한 것으로 이업종교류의 한
형태라고 할수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이업종교류활동 현황은 어떻습니까.

<>홍사장=일본은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2천3백35개그룹에 8만여개업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년에 한번씩 중소기업사업단주관으로 기술융합제품발표회를 갖는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지요.

일본 정부 역시 기술융합화법을 만들어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나가와현엔 이업종교류학교도 설립돼 업체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한국도 1백69개그룹에 2천7백12개사가 가입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업종교류가 성공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홍사장=중매쟁이와 촉매 그리고 술이 있어야 합니다. 중매쟁이는 그룹을
만드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사람이 모이려면 발이 넓은 사람이 중매쟁이가 되는게
바람직합니다.

은행지점장 지역별 경제단체책임자들이 중매쟁이로서 제격이지요. 다음으론
모임에서 촉매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모임운영의 전문가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 역할은 중진공의 기술지도사등이
맡는게 좋습니다.

마직막으로 술입니다. 이업종교류는 마음을 터놓고 핵심노하우를 털어
놓아야 성공할수 있습니다.

술을 곁들이면 친목이 되고 흉금도 터놓을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기위해서는 타기업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말씀
이시지요.

하지만 요즘과 같은 부도홍수시대엔 우선 기업이 살아야 발전도 가능한것
아닙니까.

때문에 중소기업의 과감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홍사장=중소기업이 살려면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근에
쓰러지는 기업중에는 구조조정에 적응치못한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우기 요즘처럼 환경변화가 심할때는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제가 중진공 이사장으로 재직시에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 구조조정
자금을 3천억원대에서 7천5백억원대로 대폭 늘려놓았지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습니다.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홍사장=중요한 점은 구조조정을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개별업체의 구조조정을 전부 해줄수는 없습니다.

단지 방향을 제시할 뿐이지요. 다만 한가지 지적할 사항은 정부가 지금
벌이고 있는 구조조정사업은 자동화 정보화 창업 사업전환등 예산에 비해
가짓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중 알차게 할수 있는 사업만 정부나 중진공이 주도하고 나머지는 금융
기관에 맡기거나 업체자율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구조조정예산중 대부분이 출연보다는 재정투융자특별회계로부터의 융자
로 충당되는데 가급적 출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인건비상승과 인력난등에 못이겨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중소기업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것도 구조조정의 한 방편아닙니까.

<>홍사장=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주로 동남아 중국에 편중돼 있습니다.
또 저기술이어서 오래 버티질 못할 것입니다.

후발개도국들이 기술을 재빨리 습득해 맹렬한 속도로 따라오고 있기 때문
입니다.

동시에 국내산업의 공동화도 우려됩니다. 해외투자보다는 가급적 국내에서
버티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는 고기술인데 요즘과 같은 엔고의 호기엔 일본기술도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정부도 해외투자만 권장할게 아니라 외국기업유치와 기술도입을 해외투자
못지않게 중요시해야 합니다.

또 해외에 진출하려면 중소기업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대기업과 동반진출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험도 줄일수 있고 상호이익을 극대화할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개척및 확보차원에서도 해외진출은 불가피한 것아닙니까.

<>홍사장=저는 중소기업들이 기를 쓰고 직접 해외시장개척에 나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일본을 보세요. 일본은 대부분 종합상사들이 시장개척을 맡아서 해줍니다.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수 있습니까.

각국별 언어에 능통한 사람을 모두 채용할수 있습니까. 어려운 얘깁니다.
중소기업은 분야별로 전문화된 기술로 제품을 잘만들고 시장개척은 종합
상사등 무역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정은 참 안타깝습니다. 기업윤리가 확립돼 있지않아 종합
상사와 중소기업이 항상 다투고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클레임이 제기될 경우 공동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합니다.

이러다보니 불신이 쌓이고 힘만 듭니다. 일은 나눠하고 책임은 공동으로
지는 기업윤리의 확립이 시급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탈리아외 일본의 중소기업을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홍사장=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사이엔 엄청난 수의 중소기업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모두 영세기업입니다. 종업원 10~20명의 기업이 생산 판매 수출을 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굿간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게 이탈이라 제조업체입니다.
제조업체는 생산에 열중하고 판매는 전문업체들이 맡아서 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본업체들도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리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소기업의 강한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강한 경쟁력을 갖기위해서는 정부및 지도기관의 역할이 중요
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지도기관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각기관에
흩어져 있는 기능을 통합해 일본처럼 중소기업청을 발족시키는게
바람직스럽지 않습니까.

<>홍사장=그렇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청을 만들면 지금의 통산부가 중심이
돼서 하던 일을 청이 맡아서 하게돼 힘이 약해집니다.

일본의 중소기업청도 연구 조사하는 역할을 주로 할뿐 정책수립과 지원
기능은 약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현재와 같은 다기화된 시스템이 좋다고 봅니다. 중소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주무부처인 통산부를 비롯해 중진공 무공 신용보증
기금 생산성본부등 수십개에 이릅니다.

이들은 각각 특색있게 업체를 뒷바라지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데
기능을 굳이 통합해 오히려 지원기능을 약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산부가 할일은 없는지요.

<>홍사장=첫째는 부품공업육성입니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중요한 사업입니다.

고품질의 부품생산은 조립공업발전과 대일역조시정 국제수지개선등 일거
삼득의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엔고호기를 맞아 자본재산업육성방안을 마련했지만 어쨋든
부품공업육성은 목숨을 걸고 해야 합니다.

다음은 정보통신분야의 기술을 이용한 생산성향상과 통상외교강화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부가가치가 높은 환경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오랜시간 감사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