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로부터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코리언타임"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약속시간에 이삽십분 늦는 것은 흔한 일이고 한시간,심지어 두
시간 늦는 것도 예외적인 것은 아니었다.

갈지자걸음이 품위가 있어 보였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에 가면 이 코리언타임이 지켜지고
있어 우리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한다.

은근과 끈기는 우리 고유의 덕목이었다.

가난과 폭정과 잦은 침략을 이겨내는 방어적 생존철학이 아니었을
까.

불과 한 세대도 안되는 세월동안에 코리언타임은 "빨리빨리"로 은근과
끈기는 "억척과 안달"로 바뀌고 말았다.

뛰면서 생각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한탕주의도 마다하지 않는 저돌적
문화로 돌변한 것이다.

종교적으로 볼때 우리는 샤머니즘의 다신교로부터 출발하여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불교,조선시대의 유교를 거쳐 오늘날은 기독교가 위세를
떨치는 다종교 국가가 되었다.

시세에 따라 신앙의 선택이 자유로이 이루어지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

타국에서는 좀처럼 예를 찾기 어렵다.

사농공상이라는 신분구별이 우리의 현대화를 저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합격만이 유일한 출세수단이었음으로 이 제도가 교육열을 부채질하여
오늘날 우리의 경제발전의 초석이 된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쟁이가 대를 이어 노하우를 접수하지 않은 것은 사농공상의 사상에
젖어 후손의 신분상승을 갈구했기 때문이다.

가업의 대를 잇는 일본이나 구라파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유구한 역사를 사랑하지만 우리는 전통사회 수직사회는 아니다.

과거를 쉽게 단절하고 변화를 지향하는 수평적 문화인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수직사회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서구와 일본이
득제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변화의 시대가 되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망하고 과거를 파괴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마이클 해머는 그가 창시한 " Reengioeering "에 관한 서울 강연에서
Reeogineering 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라고
밝혔다.

일본 유럽같이 전통에 얽매인 문화권에서는 과거를 몽땅 버리고
백지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경영혁신은 체질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변혁의 시대를 맞아 변화의 도사인 한국은 물을 만난 불고기가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