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우저 학고재간 12,000원 >

우리시대의 대표적 시인이면서 미술에도 남다른 실력을 보여온 저자가
지난 9~21일 서울 인사동 학고재화랑에서 조각전을 열면서 펴낸 시집.

"바깥에의 반가사유""노시인, 처녀들 앞에서 벌겋게 웃다" 등 30여편의
시와 산문이 24점의 조각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저자는 "미술이 출판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에서
이 시집을 만들었다"면서 "이미지와 글의 충돌 가운데서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들을 펼쳐보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표제작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는 청동으로 빚은 여인의 좌상과 옆으로
뉘어진 얼굴표정의 조각품 제목이기도 하다.

일상속에서 떠오르는 삶의 비현실감과 그로 인한 실존의 비애를 포착하려
했던 그간의 시적 탐구가 인체의 형상을 빌려 무형의 세계를 더듬는 조각
언어로 형상화된 이책에서 그는 고백한다.

"촉각이 영혼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고.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