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신탁증권부 송두일대리(32)의 책상에 있는 전화통은 각지역의
영업점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하루종일 쉴틈없이 울어댄다.

그중 시내의 한 지점에서 거액고객에 대해 수익률을 얼마까지 제시해야
하느냐를 묻는 전화가 있었다.

수십억원대를 맡기려는 기관투자가인데 사전에 금리협상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송대리는 현재의 채권수익률과 향후 금리동향등을 감안할때 연15.0%수준이
적정하다고 말해줬다.

몇분뒤 같은 지점에서 다시 또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후발은행에서 연15.2%의 수익률을 제시했으니 한미은행에서도
수익률을 올려 제시하라는 요구가 고객으로부터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송대리는 팀장 과장등과 협의한 끝에 현재 금리추세로 볼때 수익률을
추가로 올려 제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에 금리이외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거액고객을 유치하기로 전략을
세우고 고객이 필요로 할만한 몇가지 서비스를 제시하라고 지점에
연락했다.

몇차례 밀고당기는 전화통화가 더 오간끝에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넣겠다는 답변을 어렵사리 얻어냈다.

한 건이 끝나자마자 지방의 한 지점에서 어떤 은행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상황을 파악해달라는 긴급요청이
왔다.

여기저기 확인해본 결과 고금리때 만들어 놓은 팜플렛을 그대로 돌린뒤
요즘은 금리가 떨어졌다고 둘러대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들에게 진상을 자세히 설명하라고 알려줬다.

한번은 일부 은행에서 개인연금신탁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기록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즉각 진상파악에 나섰다.

어음편입등에서 편법을 쓰는등 고금리상품을 이 신탁에만 몰아주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마찬가지방법을 동원해서 경쟁을 해야하는지가 팀내에서 논의됐으나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자금규모가 클 경우 사전에 수익률이나 기간등을 놓고 절충하는
일이나 다른 은행의 동향을 살피는 일,새로운 상품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일 등등이 신탁기획업무를 담당한 송대리의 몫이다.

송대리 책상은 한미은행 신탁계정의 상황실인 셈이다.

지난연말부터 송대리는 창고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처박혀있다시피한
일반불특정금전신탁을 손질하면 괜찮은 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궁리끝에 만기지금식으로 확정이자를 제시하는 상품개발안을 만들어
상품개발팀에 전해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초 한미점프신탁이 개발됐고 짧은기간에 1천3백억원
이나 유치하는 성공을 거뒀다.

올해 3월 은행내에 검도 동우회인 "검우회"를 구성한 송대리는 요즘
일하는 재미에다 검도하는 재미까지 곁들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과 검도에 묻혀 장가갈 생각조차 못하는 것같다는게 동료들의
귀뜸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