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850선이 다시 무너지자마자 재경원이 내놓은 "증권시장
안정화대책"은 폭락세를 거듭해온 증시의 기조를 바꿔보자는 정부당국의
"입체작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4월에 나왔던 1차증시대책은 신용융자한도확대등 실효성이
의심되는 조치들로 증시부양의지를 "과시"하는데 그쳤다.

또 빅카드였던 외국인투자한도확대시기 조기발표도 당장 외국인매수자금
의 유입이 없는 조처였다는 점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증시대책은 최근 증시약세에 대한 각론적 처방을 중심으로
매우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증시약세의 최대악재는 주식공급물량과다에 따른 수급불균형인
것으로 흔히 지적된다.

그러므로 올 하반기 주식발행규모의 축소와 금융기관의 순매수우위유지
조치는 주식공급물량의 축소와 수요기반 확충을 통해 올증시 최대악재인
수급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대책으로 보인다.

또 주식시장이 공급물량축소로 발행시장의 역할을 제한받더라도 우선
유통시장을 살림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발행시장도 제기능을 찾게 해야
한다는 정책판단이 선 듯하다.

한편 시중실세금리 안정화와 증권거래세인하조치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몰면서 투자자들의 주식거래비용도 줄여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증안기금의 시장개입은 이번 대책엔 직접 포함되지 않았지만 29일부터
시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 당국자는 "증안기금은 앞으로 언제든지 자율적으로 시장개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번 증시대책이 증안기금 개입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의 주식순매수우위유지는 증안기금 개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전제조건으로까지 거론되던 터다.

따라서 이번 증시대책은 증시가 급박한 하락을 멈추고 상승전환을
시도하는 계기를 줄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또 이번 대책이 그간의 낙폭으로 볼 때 자율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장세부양에 미치는 탄성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증시부양대책은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관들의 순매수우위유지라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돈사정은 말이 아니다.

투신사들은 수익증권 환매때문에 팔아야 할 주식매각물량이 1조원어치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 대한 국민등 3개투신사들이 주식을 판 자금이 2조가량
되지만 대부분 수익증권 환매로 돌려 썼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규제로 마음껏 주식투자를 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운용자산중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이 일본보다도 높다는 평가여서 주식
줄이기를 모색하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순매수우위결의를 했는데도 매도우위를 보일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

보험은 자금여력은 있지만 교체해야할 물량이 많다.

기관매수우위조처로 기관매매가 급격히 줄면서 기관들이 "매수우위
시늉내기"만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증권전문가도 있다.

또 연초에 정부가 세웠던 주식발행계획이 과도해 공급물량축소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소리나지 않게 부담을 주고
있는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연기등도 고려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동서증권 양호철부사장은 "국내CB 전환물량이 5월까지 4천2백만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백10만주의 10배나 된다"면서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물량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시중자금을 주식시장쪽으로 모으기 위해 추진하려는 시중실세금리
안정화에도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증안기금이 주식매수자금을 마련키위해 보유채권을 매각하면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기 십상이다.

재경원 연원영제2금융심의관도 "이왕 증시를 살리려고 한다면 그정도
부작용은 감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또 재경원의 다른 부서에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연착륙(물가상승
등이 없는 경기안정)에는 기업의 설비투자열기를 식히는 것이 긴요하고
그러자면 금리를 지금보다 좀더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시중실세금리 안정화가 제대로 추진될 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증권당국의
증시부양의지는 다시 확고히 천명했지만 실질적인 증시부양효과는 적잖이
의심받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단기적인 반등세를
보이겠지만 지속적인 상승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상승시 1차적인 저항선을 한때 지지선역할을 했던 875선대로
보고 있다.

이선을 넘으면 그 상승탄성으로 900선돌파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고점 돌파를 향한 본격적인 상승은 외국인한도확대로
외국인자금이 들어올 3분기이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900선이상에선 기관이나 일반 할 것없이 매도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이같은 상황을 "현재 지수대가 "역사적인" 주가바닥일
가능성이 크지만 본격적인 상승에는 에너지 축적이 더 필요하다"는 말로
요약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경기호황에 힘입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통한 시장의 자생력회복말고는 없다는 지적이다.

<정진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