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LG 대신 동서등 국내 27개증권사의 정기주총이 27일 일제히
열렸다.

이로써 국내32개증권사중 6월말로 예정된 동방페레그린을 제외한
31개증권사가 주총을 마무리지었다.

올 증권사주총은 지난 94회계연도에 각 증권사의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도보다 배당을 줄인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증권사관계자들은 새 사업연도의 실적이 다소 악화될
것에 대비해 각 증권사들이 내부유보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비교적 원만하게 치러진 증권사주총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양증권의 대폭적인 물갈이.

한양증권은 이날 최근 수년간 되풀이된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원진을 대부분 과거경영진으로 교체했는데 그 중에서도 전덕순신임사
장(55)의 등장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유신말기 재무부를 담당하던 보안사현역군인출신으로 77년 당시
말썽많던 삼보증권의 방패막이(상무)로 영입되었다는 전신임사장의 과거
경력때문. 전사장은 지난 80년 삼보증권전무를 끝으로 증권사를 떠나 증
권금융의 수석부사장(80~87년),대한투신부사장(87~92년)원진레이온사
장(92년~94년2월)효성중공업상임감사(94년2월~현재)를 차례로 지낸
경력의 소유자로 증권사수장으로는 거의 15년만에 다시 컴백한 셈.

한양증권오너측에서도 증권사경영경험이 없는 전사장의 기용에 내심 고
심한 듯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백재흠전사장을 비상근이사로 복귀시
켰다.

이뿐아니라 백전사장이전에 사장을 지냈고 그이후 비상근회장으로 있던
김영인비상근이사를 대표이사회장으로 선임.이밖에도 백전사장때 부사장
을 지냈던 홍영표씨를 다시 부사장에 복귀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게
업계의 중론.

<>.은행계열증권사들은 예상밖으로 낙하산인사가적었던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 한일증권의 경우 한일은행의 전무출신인 장기팔씨가 신임사장으
로 선임된 것을 비롯 3명의 신임상무중 유선주씨만이한일은행중소기업부
장을 거친 낙하산인사라는 것.

이학남(제2본부장) 김창한(영호남본부장)씨등 다른 두명의 신임상무는
내부발탁승진인사여서 노조측이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특히
한일은행노조위원장은 주총자리에서 내부인사를 승진기용한 것에 대해 감
사하다는 인사까지 했다는 후문. 진통을 겪고 있는 장기신용은행의 행장
으로 내정됐던 박창수사장의 후임사장선임여부문제로 관심을 모았던 장은
증권주총은 박사장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인지 다른 임원들만 선임
하고 조용히 폐회. 장은증권은 오히려 대부분의 임원이 내부인사로 승진
선임됨으로써 주총주변에 모인 직원들의 얼굴이 몹시 밝은 분위기.

8명의 신임이사중에는 김준섭씨(상임이사)만이 모기업에서 내려온 인사.

<>.그밖의 증권사들은 부분적인 승진인사를 제외하고는 조용한 가운데
임기만료된 임원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는 선에서 인사를 마무리.

대신증권은 덕산부도사건으로 구속된 대신투자자문의 김성진전사장후임에
양재봉회장의 외조카인 최경국경제연구소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신임경제연구
소대표이사에는 나영호경제연구소전무를 승진기용(대표이사전무)하는 것으
로 덕산악몽을 치유.

대우증권은 비교적 큰 폭의 승진인사로 관심을 끌었는데 이기식전무를 부
사장으로 승진시켜 부사장을 두명으로 늘렸고 김서진수석상무와 김문한뉴
욕현지법인회장을 전무로 승진시켜 전무를 종전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LG증권은 이미 지난달에 그룹인사차원에서 임원진을 내정해 둔 상태라
이날 주총에서는 박우만전사장의 후임으로 진영일부사장의 사장승진에 대
한 형식적인 승인절차만을 간단히 치렀다.

고려증권의 이연우부사장은 부회장에 오른 이정우사장의 후임을 이어 받
았고 삼성증권은 안기훈부사장이 맡아온 대표이사자리를 임동승사장이 새
로 맡았다.

< 이근기자 >

<>.올해 주주총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반소액주주들의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차분히 진행됐다.

주총장 분위기 고조를 위해 직원들이 동원된듯 좌석을 거의 증권사직원이
차지해 주총이 진행되는 동안 여의도 증권가업무가 한동안 마비.

그덕택에 대부분 증권사주총은 이들 직원이 총회꾼역할을 톡톡히 해 30분
도 채 걸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마감. 선물을 기대하고 온 주부주주들이 올
해도 선물이 없자 안내직원들에게 차비라도 달라는등 가벼운 실랑이를 벌
이는 풍경이 간혹 연출되기도.

이날 주총에서는 일반주주들이 최근 증시침체와 정부의 안일한 증시대책
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등 즉석 성토대회가 열리기도.

모대형증권사 주총장에서는 50대로 보이는 한 일반주주가 정부의 증시정
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 "당국은 언제까지 투자자들을 기만할거냐"라
는 분노에 찬 목소리에 증권사 임직원및 참석 주주들은 동감하는등 고개를
떨궈 분위기가 한때 숙연해지기도.

< 김준현기자 >

<>.이번 주총을 통해 대주주의 2세들도 경영일선에 나서고있어 관심. 신
흥증권주총에서는 지성양회장(65)의 3남인 형룡씨(38)가 이사대우에서 이
사로 유일하게 승진.형룡씨는 지회장의 6남1녀중 3남으로 한양대 경영학과
를 나온후 87년 과장으로 입사,그동안 기획조사 인수공모 영업부서를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증권업계는 지이사의 형제들이 증권과는 다른 사업을 하고있는 점을 들
어 지이사의 경영체제가 구축돼가는 것으로 평가.

LG증권에서는 LG상사에서 국제업무를 맡고있던 구자열상무가 같은 상무
직위로 수평이동해오고 증권에서 업무를 익혀오던 구본걸부장이 이사대우
로 승진했다.

구자열상무는 구평회무협회장의 장남(구본무회장의 당숙)이고 구본걸 이
사대우는 구그룹회장의 사촌.따라서 구씨 집안에서 두명이 증권사경영일선
에 나서게되는 셈이다.

구상무는 국제분야를,구이사대우는 조사정보분야를 맡을 예정인데 증권계
에서는 앞으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있다 LG증권과 신흥증권의 2세
들이 경영일선에 나섬에따라 2세임원이 경영에 참여하고있는증권회사는 대
신증권(양회문 부회장)동서증권(김대중부회장) 대유증권(이태수부회장)동부
증권(김무기부회장) 쌍용증권(김석동 부사장)한진투자증권(조정호비상임전
무) 유화증권(윤경립상무)등 9개사로 늘어나게됐다.

증권업계에 2세 경영인들이 나서는 것은 경영권을 대물림한다는 측면에
서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이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감각을 갖고있어 경영에 보탬이 되는 일면도 있다는게 증권계의 긍정
적인 시각.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