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노사분규가 전면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통신이 25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감에 따라 금융계는 물론 모든
산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한국통신의 전면파업에 대비해
긴급대책마련에 들어갔지만 현재로선 이에 대비할 방법이 하나도
없는게 현실이다.

전산망을 통해 처리되는 각종 업무를 수작업으로 대체한다는게 유일한
방안이다.

이로인한 직간접 손실금액은 가히 천문학적 숫자에 달할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계는 한국통신 파업으로 기간통신망이 두절되면 국민경제 전체가
일시에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공황"으로 시작되는 "경제공황"의 가능성까지 얘기되고 있을
정도다.

한국통신이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해도 기존 금융전산망은 일단
그대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사용하는 광케이블로 된 전용회선은 수시로
유지보수해야 정상적이 가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통신 직원들의 파업으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못하면
금방 마비증세가 오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선 실무적으로는 금융기관간이나 본지점간의
자금이체가 어려워진다.

현재 금융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 금융기관수는 일반은행들을 포함
모두 33개,점포는 1만2천6백53개에 이른다.

이들 점포사이에서 하루평균 2천8백만건의 업무가 처리가 되고 있다.

평소에도 한두개 은행점포의 전산사고만 발생해도 수십개의 기업들이
일시에 부도처리되는등 파장이 적지않다.

2천8백만건의 거래가 일시에 마비될때 벌어질 상황은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다.

은행거래뿐 아니라 모든 거래가 전산으로 이뤄지고 있는 증권거래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증권시장도 대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전산망이 마비는 곧바로 수출입거래등 모든 상거래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현재 기업들의 대외지급과 수신은 한국통신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국제은행간자금이체망(SWIFT)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이것도 마비될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SWIFT망이 잠시라도 중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다시 신용도를 회복하면서
정상적인 수출입거래를 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한국통신파업으로 초고속통신망(ISDN)등 전용회선이 장애를
일으키면 일단 일반 공중전화회선을 이용한 Dial-up 모뎀을 이용하거나
처리 속도는 떨어지지만 한국통신의 다른 라인인 고속부호급교환회선(
H-net C )을 이용할수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이런 장치들도 무용지물이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결국 금융기관들은 단순 수작업으로만 가능한 업무를 볼수 있을
뿐이다.

이에따라 한국은행등 금융기관들은 한국통신의 파업이 결정되면
파업전일 마감원장내역을 각지점에 전달해 수작업으로라도 가능한한
많은 업무를 처리할수 있도록 조치해놓고 있다.

30년전인 60년대의 금융거래관행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통신장애대책으로 기간통신사업의 복수화등을 정책당국에
건의하는 한편 파업이 끝나고 전산망을 복구할때 금융전산망 전용회선을
우선 복구해줄 것을 요청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한 관계자는 "국가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역할은 인체의 혈액과도
같다"며 "혈관은 터져도 곤란하지만 혈액의 흐름이 일시라도 멈출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통신 전면파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암시하는 얘기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