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산업현장 노사관계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노사관계토론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올해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대세를 타고 있다고 평가하고 내적
불안요인이 많지만 협력.참여적인 노사관계가 확산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 >
***********************************************************************
[[[ 참석자 : 조한천 < 노총 정책연구실장 >
이선 < 노동연구원 부원장 >
김영배 < 경총 정책본부장 >
박래영 < 홍익대 경제학과교수.사회 > ]]]
<>박교수=전국 사업장에 노사협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5~6월 본격
임단협시기를 맞아 불안요인도 많은게 사실입니다.
올들어 현장에 불고있는 협력의 바람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김본부장=온건 진보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했던 무색그룹들이 자기 생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상입니다.
근로자 스스로가 주체가 돼 협력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중간관리자들이
노사협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침묵하고 있었지요.
<>조실장=협력체제로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시대에서 공존 아니면 공멸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요사이 이어지고 있는 각 사업장의 노사협력선언은 선언적이고
형식적이라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불완전요소가 내재하고 있다는 거지요.
<>이부원장=90년대 이후 매년 분규건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제 노사
관계민주화를 위한 1단계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질적 구조적 전환이랄 수 있는 2단계가 이제 시작되고 있고 그것이 각
사업장의 노사협력분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한국적 모형인 참여.협력적인 노사관계로 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아직도 일부 대기업에서는 대립과 갈등이 남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의 분규는 이 과정에서 파생하는 갈등입니다.
<>이실장=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산별체제라면 더욱 협력적인 노사관계
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제도적 기반이 없는 기업별 체제속에서도 이런 협력적인 노사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일입니다.
<>박교수=최근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에서 분규가 발생해 노사관계의
양극화와 이중성을 실감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노사협력의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확고한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인데 구체적으로 하나씩 점검해 보지요.
<>이부원장=앞으로의 노조운동은 참여.협력적인 조합주의로 발전해야
합니다.
노동자는 일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설계하는
기반 즉 참여가 필요합니다.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협력관계가 구축되는 것이지요.
<>김본부장=세계화시대 무한경쟁논리를 근로자들도 수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 기술개발이 계속되면서 노동운동에서 계급논리가 퇴조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중심의 논리가 확산되는 것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조실장=노사협력은 민주화의 확산과 국제경쟁의 심화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노동조합운동이 사회적 책임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됐지요.
<>이실장=생산직 근로자가 중산층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금
행동패턴 소비형태에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반과 그 지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주체세력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노사협력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박교수=대외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겠지요. 구소련 붕괴이후 산업사회가
급변하면서 계급분리의식이 급속히 약화됐습니다.
물론 "무한경쟁시대의 다급성"논리가 먹혀들어가 협력분위기가 가능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산업현장에서 일고있는 변화가 과연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것이냐에는 여전히 견해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실장=환경이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노동자의식도
분명히 변했습니다.
그러나 세계화를 위한 정부정책은 임금과 노사관계안정에 집중돼 있습니다.
협력의 내적기반이 갖추어져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제도적인 장치가 갖추어져 있지 않는한 협력선언은 자칫 일과성으로 끝날
수도 있지요.
<>김본부장=지난 2년간 있었던 노경총간 중앙단위 임금합의가 올해엔 무산
됐지요.
그러나 다행히 노경총이 "산업평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함께 마련했습니다.
이런 것이 노사협력의 토양을 마련해온 것 아니겠습니까.
내적기반이 부족하다는데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내적기반을 갖추어가는
과정이 바로 노사협력입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