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장기신용은행 이사회에서 박창수장은증권사장의 행장후보승인을
거부함에 따라 행장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는 비상근이사를 포함해 모두 18명의 이사중 15명이
참석,박사장의 후보승인을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3명이 기권하고 2명이
찬성한 반면 10명이 반대,압도적인 표차로 행장후보승인을 거부했다.

특수은행인 장기신용은행은 시중은행과는 달리 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행장후보에 대해 은행감독원의 승인과정은 필요없으나 이사회에서
재추천을 요구할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이사회가 재추천을 요구하게 된데는 비상근이사중 오랫동안 장기신용은행
과 관계를 맺어온 재계원로들의 "반란"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최태섭 한국유리명예회장이 경과보고와
제안설명을 하면서 표결을 제의한 것을 비롯해 재계원로들이 이사회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장기신용은행의 비상근이사중 최태섭 한국유리명예회장 장병희 영풍
명예회장 이종기 삼성화재부회장 조우동 전삼성중공업회장 홍승환
전투자금융협회장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 지청 고려대경영대학원장
등이 이날 이사회에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행추위의 결정에 다소 무리가 있었으며 그동안 내부임원을
선임해온 관행을 깨지말고 내부행장배출로 조속히 분위기를 안정시키자는
의견이 지배적인사를 무리하게 영입하는 것은 분위기안정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외부인사를 영입할 경우 임시주총개최시까지 경영공백이 우려된다는
점도 표면적인 거부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은행일각에서는 전임행장이자 은행의 대부격인 함태용고문과
김봉은고문간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있다.

행장권한대행을 맡고 있으면서 유력한 행장후보로 거론되던 오세종전무의
경우 과거 함고문 비서를 맡았던 점이 불리하게 작용,행추위를 주도한
김고문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특히 함고문이 전임행장임에도 불구하고 행추위에서도 배제된 점도
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정치권등 은행권밖의 입김이 작용해 장기신용은행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