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암울한 전쟁의 폐허속에서 영국
정부는 일명 "베러리지보고서"라고 불리는 사회보험과 사회복지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복지국가의 기초가 되었으며 전후 선진국들의
발전방향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복지정책의 고전으로
인용되고 있다.

종전 50년이 되는 금년 3월,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한 114개국의 지도자들은 인간보장( Human Security )을 위한
빈곤 실업 사회통합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였다.

이 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걸맞는
복지수준과 국가발전 방향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통해 절대빈곤을 해소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전국민이 하나가 되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결과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OECD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문민정부가 수립되어 민주화가 달성되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사회가 진정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총량이나
1인당 국민소득도 중요하지만 노인,장애인등 이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이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은 인간가치의 실현과 삶의 질 향상이
세계화의 시대정신이고 국민적 요구라고 하면서 이에 관한 국민적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 바있으며,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세계화추진위원회
산하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복지기획단이 최근에 발족되었다.

여기에서는 국민복지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과 함께 21세기를
대비하여 국가발전을 뒷받침할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걸쳐
청사진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영국인들에 의해 복지사회의
청사진이 그려졌던 것처럼,국가간의 무역전쟁과 번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통일한국인의 미래사회에 자손대대로 번영을 가져다 줄수
있는 한국판 베러리지보고서가 탄생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