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계화추진위원회는 김영삼대통령에게 한국이 동북아에서 산업,
금융,무역,정보,문화등 각 분야에 걸쳐 세계적인 중심지로 부각되어야
하며,그 첫단계로서 국제물류중심지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보고서의 원래 취지와 목적은 아직껏 일반 국민에게는
물론 정부내에서도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여하튼 한 지역이나 국가가 세계적 중심지가 되면 이론상으로나 실제적
으로 그 혜택은 엄청나게 많다.

중심지가 되면 세계 도처에서 능력과 창의성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그러면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문화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빨리
발전하게 된다.

그 결과 소득 수준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에 더하여 중심지가 되면 주변국가의 발전에 필요불가결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 주변국가들이 중심지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어
안보문제도 상당부분 저절로 해결된다.

현재 세계에서 바로 이와 같은 중심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곳 하나가 싱가포르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싱가포르는 동남아지역에서 산업,금융,교통,관광,
정보등 많은 부분에 걸쳐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2만달러 이상이 되어 인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등의 1인당GDP보다 최소 열배가 넘는다.

뿐만아니라 싱가포르는 면적으로는 서울특별시 정보 밖에 되지 않고
인구로는 300만에 불과한 도시국가이지만 그 경제와 고도의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국방력이 대단하여 어느 나라도 감히 싱가포르를 침공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에 더하여 싱가포르가 금융,정보,산업기술등 여러면에서 인근 국가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다보니 어느 나라도 싱가포르
경제자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재 이와같은 세계적 중심지로의 이점과 가능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려는 나라가 대만이다.

21세기를 내다 볼때 대만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는 크게 말해
두가지이다.

하나는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발전을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려
국민복지를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력을 계속 신장시킴
으로써 군사와 경제적으로도 점점 대국이 되어가는 인근 국가,특히
중국으로 부터 안보적 위협을 받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과제를 풀기 위해 대만이 선택한 전략은 대만 전체를
전동남아지역 뿐만아니라 중국대륙에 대해서도 지역중심지( regional
operations center )로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regional operations center (ROC)의 약자는 중화민국
즉 " Republic of China "(ROC)의 약자와도 같다.

대만이 이 같은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선택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까지 동남아지역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하나의 지역중심지로서
역할을 해 오던 홍콩이 오는 97년에는 중국에 반환된다는 사실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목적과 배경을 지닌 대만의 이른바 ROC구상은 첫째,대만을
제조업,금융,해운,항공,통신 그리고 언론매체등 6개분야에서 세계적인
지역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며,둘째,그 구상은 홍콩이 반환되는
97년까지를 제1기로 생각하고 98년부터 2000년까지를 제2기,그리고
2000년 이후를 제3기로 잡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대만은 이미 여러분야에 걸쳐 과감한
정책및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무역 및 투자정책을 완전히 자유화해 나가고 둘째,외국의 전문인력이
대만에 체류하면서 자유로이 활동할수 있도록 이민법을 수정하며 셋째,
외환및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제게적으로 완화하고,
끝으로 정보화,지식화시대에 걸맞는 지적소유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컴퓨터범죄를 예방하는 동시에 정보의 자유로운 유입과 사용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1세기를 내다 볼때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대만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및 군사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정치,경제,문화 각방면에 걸쳐 세계 일류국가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대 우리에게도 한반도 전체를 동북아의 지역중심지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현명한 전략이 된다.

다행한 것은 우리 한반도가 동북아에서 중심지가 되는 데는 대만보다 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아시아대륙에서 대서양쪽으로 돌출하는
반도이다.

보니대륙의 수송로와 태평양의 기간항로를 직접이을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놓여있다.

뿐만아니라 최근에 와서는 중국및 러시아의 영공이 개발됨에 따라
항공면으로도 한반도가 대만보다 월등히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이와 같은 우리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산업,
금융,무역,정보,교통,문화등 여러 분야에서 동북아의 중심지가 되어야
하며,이를 위해 대만 이상으로 과감한 정책및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