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쇼" (원제 프레타포르테)는 아주 독특한 영화다.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봄 가을 열리는 유명디자이너들의 기성복
컬렉션을 그대로 영상에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고 영화 전편에 걸쳐
세계적인 영화배우와 패션모델이 수없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매쉬" "플레이어" 등으로 국내에서 비난과 찬사를 함께 받고 있는
로버트 알트만이 감독한 이 영화는 프레타포르테 개막을 알리는
패션담당기자 키티 포터(킴 베신저)의 방송리포트로 시작된다.

이어 패션쇼를 준비하는 디자이너와 모델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각국에서 모여든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경쟁, 그속의 사랑과 애환이
다양한 각도의 무비카메라에 담겼다.

감독의 말을 굳이 빌지 않고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5분동안의 피날레.

패션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기존의 모든 관념을 깡그리 뒤엎은
이 장면은 무한대로 열려있는 그네들의 사고와 힘을 확인케 한다.

패션쇼를 보는 영화속 관객들의 경탄과 놀라움 또한 예정된 콘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장면연출에 따른 결과이다.

그러나 극장상영분에서는 아무래도 필름손질이 불가피할 듯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90년대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팀 로빈스, 70년대를 대표하는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아누크 에메, 임신 8개월의 독일가수
유트 렘페르, 톱모델 나오미 켐벨, 클라우디아 쉬퍼, 세계적인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 소니아 리키엘, 잔프랑코 페레가 총
출동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와 마지막 장면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다소 산만하다.

너무 많은 인물과 사건들을 비슷한 비중으로 처리한 탓에 마치
상품을 잔뜩 늘어놓은 백화점 진열대같은 느낌을 준다.

( 13일 명보/시네하우스/동아극장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